북한이 2021년 12월 새로 채택한 재산집행법이 다른 나라 재판소와 국제중재기구 등의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자국의 주권과 안전, 사회질서에 저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외국재판소, 중재기구 결정을 거부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은 지난 5월 27일 ‘조선에서 외국중재재결의 집행에 관한 법적요구’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학은 북한에서 외국중재재결의 집행과 관련한 법이 1999년 7월에 채택돼 현재까지 4차례 수정 보충된 ‘대외경제중재법’과 2021년 12월에 채택된 ‘재산집행법’이라고 밝혔다.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 전국 도처에 각이한 형태의 경제개발구들을 지정하고 그 개발에 유리한 투자환경과 조건을 보장하고 있다며 특히 외국기업들과 투자가들의 정당한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외경제중재 제도를 국제법적 요구에 맞게 더욱 완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외국중재재결의 승인 및 집행 문제가 국제중재실천에서 매우 중요한 법률적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유엔의 주관 하에 1958년에 외국중재재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일명 뉴욕협약)이 채택됐으며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외국중재재결의 승인 및 집행제도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외국중재재결의 집행거부 사유에 대한 법적요구를 이 협약과 거의나 유사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대외경제중재법 제64조에 ‘다른 나라의 중재부가 내린 재결의 승인과 집행은 북한의 해당 법규에 따른다’고 규제하고 있으며 재산집행법 제6조 2항에는 ‘북한 재판소에 제기된 외국재판소나 중재기구가 내린 판결, 판정, 재결에 대한 집행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제돼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다른 나라의 중재부가 내린 재결의 집행에는 재산집행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8차 전원회의를 열고 재산집행법을 채택(제정)했다. 당시 북한 언론들은 재산집행법에 재산에 대한 판결, 판정, 재결, 결정의 집행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의 민사상권리와 이익을 보장할 것에 대한 내용과 재산집행신청과 집행문발급, 절차와 방법, 법적 책임에 관한 문제들이 명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재산집행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일성종합대학은 바로 이 재산집행법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한 것이다. 재산집행법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내려진 재결을 북한에서 집행하려는 당사자는 재산집행기관에 재산집행신청서와 함께 재결문의 등본 또는 공증을 받은 채권확인서 등을 재산집행기관에 제출해 재산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재산집행신청문건을 접수한 재산집행기관은 법에 규정된 문제들을 검토해 재산집행을 승인한 경우 10일안으로 집행문을 발급해 집행하게 된다.

재산집행법에서는 이밖에도 의무자의 재산에 대한 조사와 재산집행의 시점, 재산집행의 입회, 재산집행질서유지, 강제집행, 집행한 재산의 판매, 특정물에 대한 집행, 지적소유권에 대한 집행, 부동산의 집행, 담보 처분된 부동산에 대한 관리 및 이관 등 재산집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규제돼 있다고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외국중재재결의 집행거부에 대한 내용도 소개했다. 대외경제중재법 제65조에서는 외국중재재결의 집행거부 사유를 7개의 항목으로 규제하고 있다. 당사자가 중재원의 선정 또는 중재절차에 대해 적절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항변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있는 경우 거부될 수 있다.

또 재결이 중재 합의의 대상이 아닌 분쟁을 대상으로 했거나 중재 합의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있는 경우에도 거부된다. 중재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가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르지 않았거나 합의가 없었을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대학은 특히 재결의 집행이 북한의 주권과 안전, 사회질서에 저해를 준다는 사실이 증명됐을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중재부가 내린 재결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밝힌 바와 같이 경제개발구와 투자유치와 관련해 국제 분쟁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외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제기되는 손해배상 소송 등에 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북한으로 여행을 갔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 가족들이 북한 정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남한에서는 국군포로, 6·25 한국전쟁 당시 납북 피해자 후손 등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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