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 위치한 한국 IT 지원센터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회담을 위해 26일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에 도착해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짐을 풀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선정된 것에는 여러 의미를 있다고 지적한다. 

베트남은 북한처럼 미국과 전쟁을 했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관계를 재정립했다. 또 베트남은 개혁개방에 나선 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발전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에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2017년 개소한 IT 지원센터가 있다. IT 지원센터는 한국 IT기업들과 베트남 기업, 정부, 기관 등과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정치, 사회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유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 속에서 하노이 IT 지원센터는 한국 IT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노이 IT 지원센터 운영은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향후 북한이 개방에 나서고 남북 IT협력을 추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기자가 직접 하노이 IT지원센터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하노이 IT 지원센터는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 위치하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숙박하고 있는 멜리아 호텔에서 택시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 대해 택시 기사가 '갱남'이라고 말하고 알아들을 정도로 하노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는 한국형 슈퍼마켓을 비롯해 한국 은행들의 지점, 기업, 식당 등이 입주해 있는 작은 코리아타운이었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1층에는 신한은행 지점이 있었다. 신한은행 지점은 서울 시내 지점을 연상시킬 정도로 컸다. 신한은행 지점에는 수십 개의 창구에서 한국인, 베트남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노이 IT 지원센터는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25층에 위치해 있었다. 바로 맞은 편에는 KB국민은행 하노이 지점이 있었다.  

약 300㎡ 공간의 하노이 IT 지원센터에는 현재 8개 한국 IT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센터는 이들 기업에 개별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그 외에도 일시적으로 방문한 IT 기업 관계자들을 위한 오픈 오피스도 마련돼 있었다. 오픈 오피스에서는 2개 팀이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1층에 안내되고 있는 기업 입주 현황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는 하노이 IT 지원센터 이외에도 여러 한국 기업들이 입주해 있었다. 삼성전자, 신한은행, 미래에셋, SK하이닉스, SK E&C, LG, 현대, 두산,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현대자동차, KB국민은행, 롯데, LS 등이 경남 랜드마크 72타워에서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1층에 안내되고 있는 기업 입주 현황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1층에 안내되고 있는 기업 입주 현황

하노이 IT 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성민 NIPA 수석은 "센터를 준비하면서 어디에 센터를 둘 것인지 고민했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하노이 IT 기업들과 협력 등을 고려해서 지금의 위치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 수석 등의 설명에 따르면 하노이 IT 지원센터는 2017년 11월 문을 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베트남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센터장은 공모를 통해 박윤정 하노이IT지원센터장을 선임했다. 현재는 박윤정 센터장을 중심으로 NIPA 직원, 베트남 현지 채용 직원 등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노이 IT 지원센터의 역할은 현지의 정보를 한국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현지 기업 등과 협력을 도와주는 것이다. 서 수석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IT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IT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베트남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베트남 시장의 소비 패턴은 어떤지, 베트남 IT 시장동향 등은 어떤지 대한 관심들이 많다"고 말했다. 즉 협력을 원하는 IT기업들이 필요한 것은 현지 정보라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 상황은 복합적인 특징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신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 공산주의 체제의 특징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잘 살피는 것이 베트남 진출 그리고 베트남 기업들과 협력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향후 북한이 개방을 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노이 IT 지원센터는 베트남에서 IT사업에 필요한 자료를 다양하게 모으고 있다. 또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서 수석은 "베트남 협회, 기관 등의 현지 전문가들, 베트남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경험한 한국 기업 관계자 등 전문가들을 모아서 자문과 도움을 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 IT기업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에 필요한 분석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서 수석은 베트남에서 한국 IT기업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핀테크를 꼽았다. 그는 "베트남은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문화다. 한국에서 금고사업을 하던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서 사업이 잘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베트남에서는 중국처럼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모바일 서비스 사용율이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핀테크에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은행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현지에 진출할 때 한국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 수석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은 베트남 현지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또 한국 IT기업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으로 안정성을 줄 수 있어 이런 부분이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 랜드마크 72타워 1층에 위치한 신한은행 하노이 지점

하지만 서 수석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베트남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한국의 시장이 안 좋아서 베트남에 진출하자고 생각하거나 막연히 베트남에 가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출해서는 안 된다"며 베트남 현지 시장에 대한 사전 조사와 준비 등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노이 IT지원센터가 말하는 진출 시 현지 정보의 중요성, 핀테크와 같이 현지 상황에 특화된 발전 가능성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노이 IT지원센터는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베트남에 진출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PA는 베트남 호치민에 추가로 IT 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호치민은 미국의 뉴욕처럼 경제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다. 이에 호치민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고 진출하려는 IT 기업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센터를 나서는 기자에게 박윤정 하노이IT지원센터장은 "아직까지 하노이 IT지원센터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하노이 IT지원센터에 대해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에게 알려달라. 센터도 (한국 IT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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