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협력을 논의하러 나간 자리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람이 앉아 있다면 어떻게 할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사업을 논의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분나빠하며 되돌아 올 것이다. 또 일부 사람들은 선글라스와 마스코, 모자를 벗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럼에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고집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더 이상 협력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협력을 원한다고 하면서 자신을 감추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북한 IT 분야가 그렇다. 

현재 북한 IT를 주관하는 부서, 조직, 인명 등이 모두 베일에 쌓여있다. 북한의 IT 정보화는 국가정보화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21일 조선의오늘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에서 정보화를 실현하기 위해 나라의 정보화 사업을 통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국가정보화국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또 국가정보화국은 북한의 정보화를 독려하기 위해 2016년부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북한은 오는 10월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람회에는 북한 내 주요 IT 기업, 기관 등이 총 출동해 IT 성과를 겨루게 된다.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국가정보화국은 북한 정보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정보화국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화국 국장이 리명철이라는 것이 북한 동영상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그 이외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국가정보화국을 비롯해 IT 조직, 기관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솔직히 아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 만큼 좋은 보안은 없다. 국내에서도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들은 조직, 인물,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과 국가정보화국의 사례는 다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보위부, 정찰총국 등과 같은 정보기관이다. 정보기관이 정보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반면 국가정보화국은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개최하고 IT 기관들을 통제하는 정부, 공공기관으로 추정된다. 남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일부 부서와 유사하다. 만약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거기 누가 정보화 업무를 하는지 철저히 비공개로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안이 유지될 수 있을지 몰라도 민간 부문의 소통과 협력은 어려울 것이다.

북한 당국이 IT진흥보다 보안을 더 중시하겠다는 판단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북 IT 협력이다. 

북한은 과학기술중시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남한과 협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30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한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북한 로동당의 과학기술중시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북한이 자신들의 과학기술중시 정책의 우수함을 선전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남한과 협력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이 남한과 협력에 관심이 없다면 남한에서 북한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과 IT,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원한다고 했을 때 큰 걸림돌이 있다. 앞서 국가정보화국 사례에서 보듯이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북한과 IT 협력을 논의하려고 하면 카운터 파트너 즉 대화 상대가 어디 부서이고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현재는 그것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북 IT 협력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전략을 마련해야할 사람들이 북한 IT 정책 추진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중책을 맡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마저도 정보가 없어서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북한이 그냥 교류, 협력없이 갈라파고스식으로 IT와 과학기술을 시키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보안을 유지해도 된다. 그렇게 해도 북한 IT는 발전할 것이다. 다만 북한 IT 기술이 널리 상용화되고 외화를 벌 수 있는 지식경제산업의 중추가 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IT 기술을 이용해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IT, 과학기술 협력을 원한다면 선글라스와 마스크 부터 벗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이를 위해 북한이 국가정보화국 대외 홈페이지를 만들어 조직과 사업 등을 소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그것을 보고 남한,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는 협력 방안을 짤 수 있다.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면 남한의 유관 기관에 국가정보화국 등을 소개하고 협력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는 것도 좋다. 적극적인 행보가 부담이 된다면 북한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정보화국의 역할과 조직, 인물 등을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론을 말하면 북한이 남한 등과 IT, 과학기술 협력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주요 기관들의 얼굴(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을 방문하고 전 세계 TV에 등장하는 시대다. 이같은 시대에 국가정보화국이 꽁꽁 숨을 이유가 없다.

NK경제 구성원 일동은 리명철 국가정보화국 국장과 국가정보화국 구성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남북 IT, 과학기술 협력을 원한다면 어둠 속에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라.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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