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블록체인 미디어인 코인데스크와 코인텔레그래프 등을 보면서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적한 북한의 위장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12월 6일 NK경제는 북한의 위장 사업으로 알려진 마린체인 플랫폼(Marine Chain Platform) 프로젝트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냈다. 이 계정은 2017년 11월 만들어졌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2019년 9월 공개한 대북제재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18년 4월 마린체인 플랫폼(Marine Chain Platform)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홍콩에 마린체인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UN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선박의 소유권을 토큰화하고 선박을 통한 수익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개념이다. 전 세계에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선주들이 마린체인 플랫폼에서 참여해 선박 소유권을 디지털 자산화한 후 토큰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박 소유자는 부채를 줄이거나 새로운 선박 구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토큰을 구매하는 사람은 선박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받거나 선박 소유권으로서의 토큰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즉 선박 소유권을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주식처럼 사고 판다는 것이다. 

마린체인재단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이더리움 기반으로 마린체인토큰(MCT)을 발행하고 이더리움,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으로 MCT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MCT을 통한 초기 자금확보 목표는 2000만 달러(한화 230억 원)였다. 재단은 마린체인거래소를 설립, 운영해 선박 기반 토큰에 대한 중계 수수료로 이익을 창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UN은 조사결과 마린체인 프로젝트와 재단의 실제 소유주가 북한의 줄리안 김(Julien Kim)인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안 김은 토니 워커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트위터 계정으로 볼 때 마린체인 플랫폼 프로젝트는 2018년 이전인 2017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린체인 플랫폼(Marine Chain Platform) 프로젝트 트위터 계정은 2개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구독)하고 있었다. 2013년 미국에서 창간된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와 같은 해 창간된 또 다른 미국 블록체인,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였다.

코인데스크는 한국 한겨레신문과 협력해 한국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를 서비스하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도 파이낸셜뉴스 등과 협력해 코인텔레그래프 한국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UN의 지적처럼 마린체인 플랫폼이 북한 관계자들의 프로젝트였다면 그들이 코인데스크와 코인텔레그래프를 트위터로 팔로잉하고 소식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북한 관계자들이 두 매체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다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 해커들의 해킹 목적이 암호화폐이며 북한 당국도 금융제재 회피를 위해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에는 평양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북한은 블록체인 전문 매체 뉴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블록체인, 암호화폐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K경제는 마린체인 플랫폼 창립자의 링크드인 계정도 확인했다. 링크드인은 비지니스에 특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UN 보고서에 나오는 줄리안 김의 다른 이름인 토니 워커라는 사람이 자신이 마린체인 플랫폼 창립자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국적자라고 밝힌 그는 특히 자신이 비트코인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암호화폐 투자에 경험이 있다는 것과 프로젝트를 운영할 뒷돈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의도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러시아, 싱가포르, 중국, 한국의 투자자들이 자신과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워커는 자신이 해운 분야에 지식이 있으며 블록체인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린체인 플랫폼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자신이 그동안 벌었던 돈을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며 다른 사람들의 투자도 유도했다.   

한편 토니 워커는 한국의 한진해운 링크드인 계정을 팔로잉했다. 이는 자신이 해운 분야에 경력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리기 위해 또 한국 해운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진해운 계정을 팔로잉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워커가 중동 투자자들의 계정을 팔로잉한 것으로 볼 때 중동 자본도 끌어들리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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