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와 민주평통자문위원회 경기지역회의 주최로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강호제 독일 베를린자유대 공동연구원(Institut für Koreastudien Freie Universität Berlin Affiliated Fellow) 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비핵화와 과학기술을 통한 평화 체계 구축 방안으로 ‘스핀오프(Spin-off)’를 유도 방안으로 제안했다. “북한 핵무력 스핀오프 유도하자” 

특히 기조 발표를 통해 강호제 소장은 사상 처음으로 독일에서 북한 첨단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 독일 북한 첨단기술 전시회 추진” 

NK경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강호제 소장의 동의를 받아 기조 발표 내용 전문을 게재한다.

<전문> 2020년 2월 4일 북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 모색과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협력에서 경기도의 역할 기조 발표

강호제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Institut für Koreastudien Freie Universität Berlin (Affiliated Fellow)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일까?

그동안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수많은 제재 결의안이 유엔에서 채택되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수준은 오히려 점점 더 발전하였다. 2006년 1차 시험 이후 거의 3년 주기로 4차까지 핵시험을 해오다가 5차는 8개월만에, 마지막 6차 핵시험은 1년 만에 진행되었다. 제재가 잦아지고 강력해지더라도 핵시험 일정은 늦춰지지 않고 더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급기야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북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게 되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가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완성된 핵무기를 없앨 수 있을까? 다시 근본적인 질문에 빠져들게 된다. 

제재나 봉쇄는 간접적인 통제 방법이다. 직접 북한 내 핵시설에 접근할 수 없으니, 국경에서 핵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예상되는 물자나 인력 등의 흐름을 막는 방식이다. 이는 외부의 공급을 끊게 되면 자연스럽게 핵무장 흐름이 끊어지거나 스스로 중단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도입된 정책이다.

문제는 공식적인 통제를 벗어난 무역, 즉 밀수에 의한 방법을 통제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자체 조달 방식은 절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수출입 루트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오랜 세월 주체 노선을 지향하면서 자립경제 기반을 구축한 북한이 외부 조달에 의존하지 않은 핵무기 건설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랜 시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펼쳐온 북한 과학기술정책의 역사를 살펴보면, 핵무기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제재를 통한 비핵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완성되지 않은 핵무기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물자와 인력, 정보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만으로 이미 완성돼 운용되고 있는 핵무기를 없앨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 많다. 설사 완성된 핵무기를 없앴다고 하더라도 이를 완벽히 검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와 결부돼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도 공개된 상태이다. 따라서 제재 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점점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재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봉쇄, 제재와 같은 간접적인 통제 방식은 그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원하지 않았던 부작용도 커져갔다. 통제의 정도와 범위가 점점 심화됨에 따라 핵무기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것도 통제되기 시작하였다. 핵과 관련된 요소만 하더라도 제재 수준이 낮았던 처음에는 핵물리학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물질이나 설비, 기술 등이 통제되었다. 예를 들어, 원심분리기,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재료인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그 이론인 핵물리학 등이 통제되다가 점차 범위를 넓혀 일반 금속 재료와 대학교 1학년 교양에 해당하는 일반물리학까지 통제 범위에 들어갔다. 심지어는 용도나 수준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기계 제품의 수출입이 통제 범위에 들어갔다.

제재가 강해짐에 따라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부문은 인도주의적 조치들이었다. 핵무기와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혹시 유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의료기구들 조차 반입되지 못하였고 각종 구호 물품들도 예외로 인정받기 힘들어졌다.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도 아닌 볼트, 너트조차도 제재 품목으로 분류되었고 이들이 사용된 의료기기들이 통제 대상에 들어간 경우가 생겨났다. 그 결과 제재의 부작용에 가장 먼저 피해를 받은 곳은 당연히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들이었다. 이들에 대한 의료 및 식량 지원조차 줄어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제재와 통제는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면서 동시에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한 우리들의 시도가 제재와 통제 정책에 의해 역으로 제재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생긴 소통의 부재는 우려만 쌓아갔다. 혐북과 반북 이데올로기가 그 틈을 타서 생겨났다. 평화공존, 공동번영, 유무상통 등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합의한 남북합의서 정신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새로 마련될 대안은 비핵화는 물론 평화로운 남북관계까지 동시에 만들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제재 중심의 비핵화 방안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지방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교류협력과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곳이 경기도이기에 오늘 새로운 대안을 함께 마련하고자 제안을 몇 가지 하려고 한다. 

과학기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같은 과학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전쟁을 위해 쓰일 수도 있고 평화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 핵무기는 과학기술을 전쟁을 위해 활용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기술이라도 비파괴 검사, 암치료, 첨단 자동화 기계설비와 같은 평화적 설비나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절해야 하고, 그 기술을 사용해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첨단 기술과 제품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만들어졌다. 전자레인지 기술은 레이더 기술에서 넘어왔고, 인터넷 기술도 핵무기 이후 정보통신체계를 고안하다가 만들어진 것이 평화적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핸드폰의 무선통신 기술 중 CDMA도 전쟁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암호통신 기술이 전이된 것이었다. 

처음에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도 환경이 갖춰지고 수요가 생기면 평화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바꾸어보면, 평화적 환경을 만들어 군사용 기술과 제품 그리고 인력들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활동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쓰일 수도 있었던 자원과 기술 그리고 인력들이 평화적으로 쓰임에 따라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강압에 의해 군사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했을 때의 정책과 핵무기를 완성한 상태의 정책이 달라야 한다는 점만 다르고 근본 취지는 같다.

군사 영역에서 만들어진 기술이나 자원을 민간 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을 ‘스핀오프(spin-off)’라고 부른다. 따라서 완성된 북한의 핵무력에 대해 ‘스핀오프’를 실천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고 ‘유도’하는 정책,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비핵화를 위한 또 다른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핵무기 개발 단계(Phase 1)에서 핵무기 완성 단계(Phase 2)로 바뀐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는 대략 3가지가 가능하다. 당연히 가장 좋은 조치는 어떤 단계에서나 핵무력 관련 시설 전부를 ‘폐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협상에 의해 평화체제 구축이 되어야 북한의 동의를 바탕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 현재로서는 요원한 것이다. 

두번째는 ‘봉쇄, 제재’이다. 하지만 이는 개발과정에 있던 단계(Phase 1)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미 완성된 단계(Phase 2)에서는 부작용만 심해지고 목적 달성 혹은 목적 달성에 대한 검증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매우 비효율적인 조치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스핀오프 유도’이다. 핵무력에 집중된 힘을 민수로 전환시켜 핵무력으로 과도하게 몰린 힘을 빼게 하고 민수 발전을 위한 자원 재배분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정책이다.

즉 핵무기를 만드는 데 활용되었던 여러 자원들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주변 환경을 마련해주고 이런 전환을 도와주는 것으로 핵무기 개발 여력을 점차 줄이는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던 과학기술자들이 이 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 개발로 넘어갈 수 있게 하고, 핵무기 생산에 활용되었던 설비와 재료들을 상품 개발하는 데 쓸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면서 전쟁에 이용되는 흐름을 줄이거나 중단시키고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에 두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 또한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것인데, 다행히 북한은 그들의 경제발전전략 속에 스핀오프 정책을 이미 반영시켜 놓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스핀오프 정책을 챙기는 분위기이다. 그만큼 스핀오프 유도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지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이 완성된 다음 개최된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 총력 집중’으로 전략적 노선이 바꾸었음을 선포하였다. 과학기술 그리고 교육을 통한 경제발전전략을 핵심 요소로 내세웠다. 이 속에는 군수의 민수 전환, 즉 스핀오프 정책도 포함돼 있었다. 발달된 국방 부문의 기술과 인력을 민수 발전에 활용하자는 것은 2000년대 초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마련된 ‘국방 우선, 농업-경공업 동시발전’ 노선에 들어 있던 개념이다. 

김정은 위원장 시기에 들어 스핀오프 정책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그 사례를 언급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 중 하나는 2015년 처음으로 개최된 ‘군수공업부문 생활필수품 품평회’이다. 군수공업부문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생활필수품을 만들어도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진행된 행사였다. 이 당시 품평회는 좋은 평가를 받아 2년 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다. 2019년 9월에 벌써 3번째 품평회가 열렸다. 여기에 출품된 제품들은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창광상점에서 판매된다.

군수 부문의 민수 전환과 관련한 또 다른 사례는 지난 8월 31일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스키장 설비를 군수공장들이 맡아서 제작한 것이다. 스키장에서 쓸 각종 기계설비들을 주요 군수공장에게 제작을 맡겼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하였다. 2014년 개장한 마식령스키장을 만들 때에는 대부분 수입제품으로 설비들을 마련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당시에는 북한 기술력이 낮아서 스키장 설비조차도 못 만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사례까지 고려해보면, 2014년까지는 기술력보다 군수/민수 구분 때문에 스키 설비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2019년부터는 군수공장들이 자체 보유 기술력을 가지고 민수제품 제작까지 직접 제작하게 되어 ‘국산화’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술력보다 칸막이의 문제였던 것이다.

2019년에는 스핀오프 정책 실행이 더 규모가 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존의 비행장을 없애고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을 지으라는 결정을 언급하였다. 이곳은 차광수비행군관학교 실습비행장 중 한 곳이었는데 함경북도 전체를 대상으로 야채와 묘목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꾼 것이다. 민수를 위해 직접적으로 군 시설을 없앤 결정이었다.

하기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는 것보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장려하는 것이 보통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에 대해 북한 지도부가 적극 호응하고 있기 때문에 ‘스핀오프 유도’를 통한 비핵화는 어떤 조치보다 목표달성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책이 채택된다면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뿐만 아니라 통일경제, 평화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남북은 모두 미래비전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남한의 4차 산업혁명, 북한의 새 세기 산업혁명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비롯한 정보산업을 적극 활용하여 산업 전반을 넘어 사회의 긍정적 변화까지 이끌어내 보려 하고 있다. 북한을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에 묶어두지 말고, 그들이 가진 과학기술, 쓸만한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통일경제, 평화경제도 더욱 풍성하게 발달할 수 있다.

이미 북한의 앞선 IT기술은 2000년대 초반에도 남북 협력사업의 핵심 중 하나였다. 요즘은 거의 모든 주차장에 도입된 자동차 번호 자동인식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당시 북한 IT기술자들의 기여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AI 기술 중 하나인 문서 인식, 글자 인식 기술이다. 요즘은 AI 기술 중에서 난이도가 높은 얼굴인식 부문에서도 북한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남북이 함께 스마트홈 시스템을 비롯한 첨단기술제품을 만든다면 새로운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쓰임을 생활 속에서 찾아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만드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문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비를 한꺼번에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남북협력사업을 살짝 끼워넣어도 훌륭한 정책이 된다. 즉 북한의 우수한 혹은 쓸만한 기술들을 발굴해 남북 청년들이 힘을 합쳐 스타트업을 꾸리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인 TIPS 프로그램에 남북 협력 부분을 특별히 신설하여 ‘Uni-TIPS 프로그램’을 만들면 훌륭한 스타트업을 통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될 수 있다.

만일 이 사업의 근거지를 개성공단 속에 둔다면 재개될 개성공단은 노동력 집약산업이 아니라 기술주도 산업 중심으로 바뀔 수도 있다. 개성공단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도 이미 잘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중심 기업들 상당수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다. 경기도가 앞장선다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남북이 함께 창업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길이 넓게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주도 산업 육성 정책은 북한에서도 요즘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기술 중심으로 대외교류 및 무역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교류사/교류소'와 같은 이름의 기관들도 많이 생겼다. 이들은 각자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과 상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외 NGO단체의 도움을 받아 스타트업 교육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제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로얄티를 비롯한 정보 소통과 인도적 지원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했다. 실물의 소통이 아닌 정보의 소통을 위해 ‘남북 과학기술 정보공유센터’와 같은 것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한 일이다. 이는 남북 기술주도 창업을 돕는 토대를 구축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에 해당하는 기술 주도 창업이 북한에서도 장려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위에서 이야기한 또 다른 비핵화 방안, 스핀오프 유도 사업과 연결된다. 북한의 핵심 기술과 인력들은 국방 부문에 배속되어 있으므로 기술주도 산업이 강해질수록 그 부문의 스핀오프도 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아마도 분위기만 좋으면 지금의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만 빼고 남는 막대한 부분들을 스핀오프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 

2019년 8월부터 독일에서 진행하려고 북측과 상의하고 있는 ‘북의 첨단기술 상품과 최고품질 상품 전시회(Exhibition of High-Tech Products and Top-Quality Products made by DPRK)’도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특히 국방 기술과 인력), 그리고 이를 통한 서비스와 상품 생산 및 교류를 장려해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북이 전쟁만을 일삼는 집단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그것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려고 많은 상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통해 북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고, 나아가 교류협력의 매개물도 부각시키자는 취지이다.

물론 제재 때문에 막힌다면, 교류가 허용돼 있는 정보 소통만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즉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여 상품을 소개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대화하고 상담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목표는 물건 파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을 통한 평화 공존의 분위기 조성이다. 물론 북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만일 이 전시회를 개성공단과 킨텍스를 연계해서 혹은 양쪽 모두에서 진행한다면 평화경제, 통일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장려한다면, 비핵화를 비롯한 전쟁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미래지향적인 남북교류협력의 또 다른 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이 2017년 11월부터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새로운 북핵 관리 방법과 평화로운 남북 관계,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방법은 모두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적극 이용할 때 가능해진다.

봉쇄와 제재로 점철된 기존의 비핵화 방법을 내려놓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본다면, 북의 쓸만한 기술로 스타트업하기, 북의 첨단 상품 및 최고 품질 상품 전시회 개최, 남북 과학기술정보 공유사업과 같은 새로운 시도도 가치있게 보일 것이다. 새로운 남북교류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가 이런 제안들을 포함해 과학기술을 새로운 아젠다로 삼게 되면 우리의 미래를 빛낼 멋진 결과를 가져올 거라 예상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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