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재난에 예외는 없다
[도발칼럼] 재난에 예외는 없다
  • 강진규 기자
  • 승인 2020.02.12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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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각 국에 비상이 걸렸다. 모든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될까봐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남과 북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단발성 협력보다는 큰 그림에서 체계적인 재난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의 대형 재난은 그 범위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령 동해에서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일본, 러시아 등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다.

또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에도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남한, 일본, 러시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의 경우에도 재난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선지 오래다.

즉 남한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남한 내의 재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안전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발생한 재난을 남한만 피할 수 있을까?

재난에 예외는 없다. 우리는 재난의 범위를 한반도와 동북아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역시 자체적인 정보 수집과 대응으로 재난을 막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남과 북이 재난 대응에 손을 잡는다면 대응 능력은 두 배로 커지고 위험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남한 정부는 한반도, 동북아에 닥칠 수 있는 재난의 종류와 시나리오를 분석,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재난 대응 협의회(가칭)'를 구성할 수 있도록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을 넘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 재난 대응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반도에 닥칠 재난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재난들을 예로 들 수 있다.

1. 철원 등 남북 접경 지역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경우

2. 동해 해저 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남한의 동해, 속초, 강릉 등과 북한의 원산, 흥남 등에 밀려오는 경우 

3. 백두산이 분화하는 경우

4. 신종 코로나, 사스,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우

5. 호주의 사례처럼 남북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경상북도, 함경남도까지 산불이 번지는 경우

6. 경기도로 진입한 초대형 태풍으로 한강 유역에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

7. 운석이나 대형 인공위성이 한반도로 낙하하는 경우 

8. 북한 핵시설이나 남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9. 중국 동부 해안 지역에서 유독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거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해 오염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경우

이런 재난들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범국가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이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은 남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남한 정부는 각종 재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거기에서 범위를 한반도로 넓히고 시나리오를 추가해야 한다.

북한에도 남북 공동 재난 대응의 필요성과 협의 기구 설립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 대응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소방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들이 참여하는 남북 재난 대응 협의회 남측 본부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재난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과 IT다. 때문에 과기정통부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각종 센서와 네트워크로 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얼마나 빨리 파악해서 분석되고 전파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IT 기술을 이용해 해상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작동해 남과 북에 지진해일 발생 지점과 규모를 바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이 내용은 또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파돼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의 한반도 공동 재난 대응 방안은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한반도 공중에는 대기 상태를 측정하는 무인 이동체가 운영돼야 하고 서해, 동해, 남해에는 센서들이 배치돼야 한다. 또 백두산에서는 지열, 진동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성 사진으로도 백두산 지역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남북한 핫라인은 물론 재난 관련 데이터가 유관 부처와 기관들로 전파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한다. 철원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수분 내에 방송, 통신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정도의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남북 공동 재난 대응에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도 북측 본부를 구성하고 자체적인 재난 대응 방안과 협력 방안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후 남과 북이 논의해 실제 남북 재난 대응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협의회에서는 각 재난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재난을 예방, 인지하고 대응할지 논의하면 된다.

이를 통해 남북 재난 대응 핫라인을 개설하고 IT 기술로 백두산, 동해, 한반도 대기 상태 등을 파악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재난 대응 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당장 실제로 만나고 사람들이 동원하는 훈련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북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상황을 전파하는 것부터 훈련하면 된다. 그리고 점차 공동 훈련 범위를 넓혀 나가자. 

일각에서 대북 제재를 문제를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것은 인간 생명을 지키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대북 제재와는 상관이 없다. 만약 지진, 전염병, 태풍에 대비해 인명을 지키고자 하는데 반대하는 국가나 기관이 있다면 그곳은 반인륜적인 곳이다.  

더구나 남북 재난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은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북한 흥남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남한이 바로 파악한다면 동해상의 남한 선박 그리고 동해, 속초 등의 주민들에게 신속히 위험을 알려줄 수 있다. 사람 목숨을 구하자는데 여기에 반대할 명분이 무엇이 있을까?  

남북 공동 재난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만약 남한에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있다가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때 가서 북한에 협력을 하자고 제안한다면 제대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까?

남북 관계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은 대북 제재 때문에 이것은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이야길한다. 또 이 사안은 북한이 관심이 없다고, 저 사안은 남한이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안 된다고 가정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야 남북 관계의 길은 열릴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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