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제 독일 베를린자유대 공동연구원(Institut für Koreastudien Freie Universität Berlin Affiliated Fellow) 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은 2월 4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방안 토론회’에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북한의 최신 인공지능(AI) 기술, 로봇, TV 등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북한 IT 기술의 수준과 실체가 공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같은 방안은 북한의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준비되고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4일 강호제 독일 베를린자유대 공동연구원 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은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방안 토론회’에서 북한 첨단기술 상품 전시회를 독일에서는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 북한의 최신 IT, 과학기술 제품 등을 가져와서 전시하고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토론회도 여는 방안이다. 

“사상 최초 독일 북한 첨단기술 전시회 추진”

[전문] 북한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 모색과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협력 방안

NK경제는 강호제 소장이 북측에 제안한 ‘North Korea 첨단 기술제품 및 최고 품질제품 전시회’ 기획안을 입수했다. 강 소장은 이 기획안을 북측에 제시했고 북측은 기획안 내용이 좋다며 전시회 추진을 논의하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강 소장에게 방북 초청장도 보냈다. 즉 기획안 내용을 북측도 검토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북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전시 제품 볼 수 있을까?

기획안에서 강호제 소장은 “North Korea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에서 기술과 품질 면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소개되는 제품은 1.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거나 2.국제적 품질기준을 통과한 제품 중에서 엄선한다”고 북측에 제안했다.

강 소장은 기획안에서 구체적으로 전시 품목을 넣었다. 북한의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출품된 IT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자는 것이다. 강 소장은 얼굴인식, 음성인식, 문서인식 등의 인공지능(AI)을 선보이자고 꼭 집어서 제안했다. 인공지능은 최근 북한이 가장 신경써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분야다. 조선인공지능인민공화국?...북한은 이미 AI 열풍

북한은 지난해 11월 내부 최대 IT 행사인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에는 북한 내 주요 IT 기업, 기관들이 대거 참여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보안, 최신 스마트폰 등을 선보였다. 북한 IT기업 4대 전략은?...AI, AR, 자율조종, 정보보안

북한이 공개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 관련 사진, 기사, 영상 등을 보면 북한의 IT 기술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한이나 외국인들이 실제 행사에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최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기술력이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강호제 소장이 추진하는 전시회가 성사될 경우 전 세계가 북측 IT 기술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강호제 소장은 북측의 최신 로봇들이 등장한 전국로봇부문 과학기술성과전람회와 드론, 3D프린터, VR 기기가 소개된 조중첨단기술제품전람회 등에 전시된 품목도 독일에서 선보이자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북한이 개발했다고 하는 평면LED TV, 곡면TV, 전자칠판, 화상투영기 등도 선보일 것을 요청했다.

또 북한 내 국제표준기구(ISO) 인증 제품, 12월15일품질메달 수여 상품, 녹색에너지제품 등도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북한 식품, 화장품, 에너지 관련 제품 등도 독일에서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강 소장은 필요한 경우 원격으로 전시회 참가자들과 북측 인사들의 화상 상담 기회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제재로 인해 독일로 가져오기 어려운 품목은 모형을 전시하거나 가상현실(VR) 영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강 소장은 전시회를 위해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공장, 국가정보화국(정보화성과전람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소, 김일성종합대학 산하 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산하 연구소 등의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필요한 관계자들이 독일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기획안에 담았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획안이 제안만 된 것이 아니라 북측이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제안서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토씨 하나 바꿀 것이 없다고 평가를 들었다. 북도 전시회 개최에 대해 좋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과학기술중시 정책을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한에서 수자경제 즉 디지털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북한은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서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긴 것을 보면 북한 내 과학기술과 IT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IT 전문가?...북한식 SW 개발 지시도 

그동안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과학기술, IT를 기반으로 남북 협력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남한 정부는 소수 의견으로 취급해 왔다.

그런데 남북 협력은 물론 대화도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과학기술, IT 분야 협력에 있어서는 관심을 보인 것이다. 남한 정부가 멈칫하는 동안 북한이 독일에서 행사를 준비하며 유럽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강호제 소장이 북한으로 부터 받은 방북 초청장 모습

북한도 과학기술 평화적 이용에 긍정?

강호제 소장이 추진하고 있는 행사가 주목되는 중요한 이유는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에 대한 것이다. 강 소장은 북측에 제안한 기획안에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기획안에는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과학기술이 North Korea에서 상품 생산과 같은 평화적 이용에 쓰이고 있음을 소개하고 이런 흐름을 강화하는 것(스핀오프, spin-off)이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는 일임을 알리는 것이 전시회의 주된 목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무력 스핀오프 유도하자”

또 “North Korea가 핵무기 관련 4불 정책(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안 한다)을 천명했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으며, ‘국방 과학기술의 민간 이전’ 정책을 실행하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North Korea도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공론화시키는 계기로 삼는다”고 제안했다.

군사, 핵 등 민감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이 내용이 기획안에 담겼고 북한에서 기획안을 검토해 긍정적으로 답변을 한 것이다.

강 소장은 전시회에서 새로운 비핵화 정책의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여기에 북측의 학자 또는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전시회의 목적, 비전, 규모, 내용, 참가기업, 토론회 등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제안에 논의를 하자고 응답한 것만으로도 큰 진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북한 과학기술, IT 전문가들은 오히려 과학기술로 협력하자는 이런 제안을 남한 정부, 지자체 등에서 먼저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과학기술과 IT인데 남한에서는 오히려 과학기술과 IT 협력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강호제 소장은 올해 1월 중 방북해 북한 관계자들과 구체적인 전시회 추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로 방북이 연기됐다. 강 소장은 “신종 코로나 문제가 풀리면 바로 전시회 개최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중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면 올해 하반기 중 전시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시회가 실제로 개최되면 독일은 물론 유럽 기업, 기관, 대학 관계자들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 체계 구축 논의에서 빠져 있던 유럽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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