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발발한 6.25 전쟁 중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대전 전투를 남한, 북한, 미국의 시각으로 최초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논문은 그동안 남한, 북한, 미국이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전 수단으로 대전 전투를 바라봤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에서 대전 전투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월 29일 북한대학원대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이 '한국전쟁기 대전 전투에 대한 전쟁기억 재현 연구'를 주제로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전투는 1950년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대전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지칭한다. 이 전투는 남하하는 북한군과 미군이 본격적으로 격돌한 전투로 알려져 있다. 한국군은 미군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대전 전투는 대전이 6.25 전쟁 초기 남한 임시수도였다는 점, 북한군 남하 전략과 미군의 지연 전략이 충돌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6.25 전쟁 전투와 비교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재근 팀장은 연구를 통해 남한, 북한, 미국에서의 대전 전투에 대한 인식과 원인 등에 대해서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남한, 북한, 미국은 모두 대전 전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전 전투를 최고사령관이 직접 지도했으며 현대포위전의 모범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 전투 참가자들도 영웅으로 추대했다는 것이다.

6.25 전쟁 대전 전투 당시 파괴된 전차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남한과 미국은 대전 전투를 북한군의 남진을 지연시킨 승전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현장에서 전투에는 패배했지만 전략적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대전 전투에 참가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 24사단장 월리엄 딘 소장에 대한 기억도 남한, 북한, 미국이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근 팀장이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는 딘 소장을 전쟁 포로로 낮잡아 대한 반면 미국, 남한에서는 전쟁 영웅으로 추대됐다는 것이다. 딘 소장이 실종돼 사망 가능성이 높았을 때 미국이 딘 소장 영웅 만들기를 추진하다가 포로가 된 것을 확인한 후 이를 멈춘 반면 남한에서는 영웅 만들기가 계속됐다고 한다.

임재근 팀장은 논문에서 남북이 모두 대전 전투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억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전 전투 당시 수많은 민간인 피해와 학살 등에 대해서는 외면했다는 것이다. 임 팀장은 평화와 인권을 위해 기억돼야 할 내용들이 오히려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전쟁의 승리를 다짐하는 호전적 전쟁의 기억을 통해서는 전쟁을 미리 방지할 수 없고 오랫동안 호전적, 적대적 입장에서 전쟁기억에 노출된 사회에서는 전쟁에 친화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전쟁 기억 재현은 오랫동안 배제됐던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기반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임재근 팀장은 앞으로도 대전 전투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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