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해봤습니다' 시리즈 첫 기사로 북한 교재로 영어 공부를 해본 내용을 올렸습니다. 

관련기사 [해봤습니다] 북한 교재로 영어 공부 해보니

그런데 이와 관련해 모 언론사의 이 모 기자께서 수학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문의(또는 제안)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NK경제가 해봤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발간된 중학교 1학년 수학 교재를 구했습니다. 필자의 수학 수준과 처음부터 어려운 것을 하면 안 된다는 신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 나온 버전이기 때문에 최신 교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수학의 특성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수학 교재는 자연수, 유리수, 도형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중 자연수 영역의 문제들을 풀어봤습니다.

6문제를 푸는데 약 25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처음 산수 문제는 쉽게(?) 풀었지만 뒷 부분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조금 소요됐습니다. 그러나 못 푸는 문제는 없었고 답도 맞았습니다.

북한 중학교 수학 교재를 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이과계열로 공부를 했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에서 대학수학, 공업수학, 대수학, 이산수학 등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처럼 수학을 배웠습니다. 또 컴퓨터공학의 특성상 그래픽, 보안 등의 과목을 들으며 수학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물론 당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북한 중학교 수학 교재를 푼 자심감으로 좀 더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북한 리과대학에서 개발한 실력판정프로그램 앱 '탐구'입니다. 리과대학은 북한에서 수재들이 가는 학교로 유명한 명문대학입니다. 

필자가 구한 탐구 앱은 2016년도 판본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태플릿PC, 스마트폰 등에서 작동한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입니다.

탐구에 강진규로 등록을 했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이 된 것은 아니고 그냥 프로그램이지만 기록을 강진규로 남기기 위해서 였습니다.

탐구는 국어문학, 수학, 물리, 화학생물, 영어, 로어(러시아어), 기하, 대수, 해석수학, 역사지리 등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역시 이공계 대학답게 이과 과목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학은 수학, 기하, 대수, 해석수학 등 4과목이나 됐습니다. 

첫 시도로 나름 고민해서 수학 문제를 풀어봤지만 답이 틀렸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돌머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부 문제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또 쉬운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굳어서 제대로 문제를 풀기 어려웠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기자로 생활하면서 글은 많이 썼지만 수학 문제를 풀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두통이 심해졌습니다. 

건강을 생각해 고민을 하던 중 답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나름 학교에 다닐 때 찍기를 잘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찍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저 같이 찍는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문제와 답을 구성해 놨더군요. 객관식 문제들은 5개 문항인데 5개 중 답이 1개인 것도 있고 2개인 것도 있었습니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찍기를 통해 답을 맞출 확률을 낮춘 것입니다. 또 주관식 문제도 많았고 주관식도 답을 여러 개 쓰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수학 20문제를 물었습니다(사실은 찍었습니다).

그 결과 20문제 중 2문제를 풀었습니다. 100점 만점으로 하면 10점, 확률로는 10%를 푼 것입니다. 그나마 0점 일명 빵점을 맞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역시 제 찍기 실력이 녹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학은 만국공통이기 때문에 북한의 수학 교재와 프로그램이 남한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만 문제를 설명하는 표현 중 북한식 표기가 있는 것이 이체로웠습니다. 중학교 수학 문제 설명 중 슈류탄던지기에 관한 내용이 나온 것이 예입니다.

북한은 최근 교육 정보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탐구 같은 프로그램과 교재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수학 문제는 말 그대로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학생들이 서로 바꿔서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굳어지면 산수 조차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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