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시설 리스트 먼저 받고 종전선언 해야

 

태영호 영국주재 전 북한공사가 북한이 제시한 영변핵시설 페기가 쓸모없는 과거의 핵을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공사는 북한이 조금씩 조건을 제시하는 ‘살라미 방식’으로 시간을 끌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9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핵무기 없는 한반도, 멀어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 정도의 비핵화 의지를 밝혔으니 미국도 ‘선 핵신고 후 종전선언’ 이라는 입장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북핵 폐기의 정상적인 절차를 주장하는 미국이 ‘비정상’으로 보이고 핵폐기를 질질 끌려는 김정은이 오히려 ‘정상’으로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기간 북핵 폐기의 핵심이며 초기 조치인 핵시설신고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김정은이 던져준 영변 핵시설은 핵무기를 이미 완성했고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한 북한에게 쓸모없는 과거의 핵”이라며 “이런 과거 핵시설폐기를 핵 폐기의 초기 단계인 핵시설 신고조치 앞에 놓겠다는 것은 결국 이미 가지고 있는 수많은 핵시설들을 하나 하나 던져 주면서 상응한 대가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겠다는 ‘살라미전술’이다”라고 분석했다.

태 공사는 이런 핵폐기 방식은 ‘이른 시일 내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김정은의 말과도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북한으로부터 핵시설을 신고 받고 아무리 빨리 다그쳐도 핵무기와 핵시설들을 완전히 폐기하는데 수년이 걸리게 된다며 현 시점에서 핵시설을 신고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이 이번에 제시한 북핵 시설의 선택적 폐기 대 상응조치 식으로 비핵화과정이 진행된다면 내년 한해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폐쇄로 흘러갈 것이며 그 다음해는 북한이 또 다시 던져주는 핵시설폐쇄를 시작하는 살라미 방식으로 비핵화과정이 이어져 결국 북한 핵미사일들을 구경도 못해보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 공사는 대안으로 북한 핵시설 리스트를 먼저 받고 종전 선언을 채택하며 핵시설 리스트에 기초해 북한 비핵화를 전반적으로 추진하는 ‘비핵화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의 요구대로 북핵 폐기방식을 바꾼다면 북한 비핵화는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며 우리 자녀들과 자손들이 김정은 시대에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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