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메인프레임 사태로 잉태된 KB국민은행-티맥스 갈등
2014년 메인프레임 사태로 잉태된 KB국민은행-티맥스 갈등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8.12.1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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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소프트 기자회견 모습

국내 대표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중 하나인 티맥스소프트가 KB국민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 사업인 ‘더 케이 프로젝트’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갈등은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이 촉발시킨 2014년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 파문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 케이 프로젝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최근 국내 최대은행 중 하나인 KB국민은행의 ‘더 케이 프로젝트’가 IT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며 “하지만 그 관심은 최근 우려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국산 SW 성장과 발전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국산 SW에 대한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티맥스소프트는 KB국민은행의 SW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 케이 프로젝트에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SK C&C가 티맥스소프트, 한국IBM, 한국오라클의 SW를 KB국민은행에 제안했는데 KB국민은행이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한국IBM의 제품을 추가로 검토했다는 것이다.

또 티맥스소프트는 KB국민은행이 3사 제품 중 티맥스소프트의 제품을 제외한 한국IBM, 한국오라클 제품에 대해서만 기술검증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대표는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수도 있다. 그런데 경쟁의 기회가 박탈당한 것 자체가 억울하다”며 “차라리 KB국민은행이 IBM 제품을 계속 쓰겠다고 하면 그냥 구매해서 사면된다. 그렇게 IBM하고 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쟁을 하는 것처럼 하고 짜고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티맥스소프트 관계자들은 KB국민은행이 경쟁을 하도록 요청한 후 의도적으로 IBM 제품을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특정 제품 선정을 전면 무효화해야 하고 제안된 제품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이 구매자인 만큼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티맥스소프트의 주장처럼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4년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 이메일로 시작된 갈등

나아가 이번 사건이 2014년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 때부터 잉태된 것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KB국민은행은 2013년부터 메인프레임 주전산기 시스템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2014년 4월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가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전산기 전환에 문제가 있으며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서 주전산기를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은행이었다. 즉 한국IBM의 주요 레퍼런스 사례였다. 메인프레임을 IBM만 공급하면서 SW들이 IBM에 종속되고 유지보수 비용도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KB금융지주 관계자들과 임영록 전 회장 등은 IBM 종속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유닉스로 전환을 주장했다.   

하지만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의 이메일에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등은 유닉스로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메인프레임을 유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의 내분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까지 개입했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의 유닉스 전환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불안정(?)한 유닉스로 전환하려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자신들도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유닉스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유닉스 전환에 LG CNS, SK C&C와 한국HP, 한국오라클 등이 참여해 제안요청서를 내고 전환을 준비했지만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IT업체들의 피해가 상당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향후 KB국민은행 사업을 위해 업체들은 침묵했다. 금융당국은 IT업체들의 피해에는 관심도 없었다. 오직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힘겨루기와 거취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바로 당시 사건 감사를 주도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최종구 현 금융위원장이다. 결국 KB국민은행은 유닉스 전환을 철회하고 한국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기로 했다.

티맥스소프트는 2014년 사건을 다시 꺼냈다. 김동철 대표는 “국산 인프라 SW에 대한 금융 갑질이 가장 심하다”고 주장했다.

티맥스소프트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13년 탈메인프레임(다운사이징)을 결정하고 총 6개월동안 여러 국내외 업체들이 참가해 제품 검증을 실시하게 했다. 티맥스소프트도 2013년 12월 2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약 4개월간 약 100억 원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무상 제공과 총 60명(man/month)에 해당하는 인력과 경비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의 이메일로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됐으며 KB국민은행은 티맥스소프트에 어떤 보상이나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

김동철 대표는 “1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했음에도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고객에게 어떤 소리도 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는데 5년이 지나고도 또 똑같은 양상이 발생했다”며 “이건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이번 사업과 관련된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들에 탄원서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4년 당시 한국IBM 대표의 이메일 한통으로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작업이 뒤집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로 메인프레임을 쓸지 유닉스를 쓸지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비공식적인 절차로 사업이 뒤집어지면서 IT업계에 적절한 보상이나 구제를 해주지 못하고 '상처'와 ‘한(恨)’을 남겼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과 한국IBM의 2014년 행동이 2018년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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