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통일금융 분야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남북 금융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지난해 진행한 북한 금융관련 정책연구에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전까지 북한 기술지원신탁기금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금융은 통일 논의와 관련해 실질적이며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가 통일금융 분야에 직접 나설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지난해 '국제금융기구 투자지원 해외사례를 통한 북한 경제개발 정책적 시사점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NK경제가 확보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기술지원신탁기금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장거리미사일 개발 등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국제금융기구 등에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북미, 남북 대화 등을 통해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히고 협상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풀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등에 가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과 협력하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할 것인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에 국제사회의 규범, 관례, 모범사례 등에 지식을 사전에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랫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기반을 둔 국가에 대해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계 작성을 도와주는 것은 국제금융기구의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고유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IMF, 세계은행, 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북한 관료들이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받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시장경제, 거시경제, 금융을 포함한 시장경제에 관한 집중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동일한 언어, 문화, 풍습을 공유하고 있어서 지식전수에 있어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지만 북한이 여러 가지 이유로 남한한테서 직접 지식을 전수받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남한만의 대북한 지식전수 사업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한이 중국, 베트남, 몽골,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과 협력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대북한 지식공유 사업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국제사회에 북한 관리 교육훈련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최단기적으로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통일부가 선도해 대북 기술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그 이전단계로서 북한관료 대상 교육훈련 등 북한의 개발역량강화 등 기술지원을 위한 신탁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이전이라도 북한 통계작성과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신탁기금, 가칭 ‘북한 기술지원신탁기금’을 남한이 최대 공여국으로 하고 다른 나라들을 참여시켜 조성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금을 유엔개발그룹(UN Development Group)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집행을 위탁해 북한의 관료, 전문가들을 위한 본격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시 연간 4억 달러 지원 받을 수 있어"

보고서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관련된 연구 내용도 담았다. 북한이 가입할 수 있는 국제금융기구로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IMF 가입이 모든 국제금융기구 가입의 실질적인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IMF 가입 승인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의 대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 평화체제 구축 등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의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고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하면서 국제금융기구들과 양호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경제운용, 구조조정, 환경
등 국가정책 및 제도평가 등에서 평균 점수를 획득한다면 인구 2500만명인 북한이 연간 2~4억 달러 정도의 양허성 자금지원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 PRGT의 ECF에서 연 최대 1억1250만 달러, IDA에서 연 7500만 달러~2억 5,000만 달러 그리고 ADF에서 연 3000만~1억 달러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통일부가 금융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것은 금융위원회 등 한국 금융기관들이 남북 협력에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시절인 2014년 통일금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신 전 위원장의 개인적의 의지로 이뤄진 것이다.

이후 임종룡 전 위원장, 현 최종구 위원장 등의 금융위는 통일금융에 대해 관심이 없다. 지난 수년 간 연구가 진행된 것도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관련된 보도자료가 나온지도 않았다. 오히려 임종룡, 최종구 위원장 시절 금융위는 북한의 해킹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과 북한 자금세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에 급기야 통일부가 나선 것이다. 과연 통일부가 통일금융 분야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금융위원회가 계속 침묵할지 주목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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