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북한 바로알기와 귀축영미(鬼畜英米)

2024-04-19     강진규 기자
출처: NK경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일부가 '북한 바로알기'를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이 주장하는 취지는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실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북한 바로알기의 내용을 보면 그냥 북한을 욕하는 내용이다.

물론 북한 내부의 모순, 인권 문제, 독재 등 잘못된 부분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도 제대로 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에 통일부의 북한 바로알기는 3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 '닥치고 북한 욕하기', '기승전 북한 비난'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난, 비판도 논리있고 품격있게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IT를 비판하려면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스마트폰 사용 등을 감시, 통제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무슨 스마트폰을 쓰느냐 모두 선전이고 가짜라고 그 자체를 부정한다면 어떻겠는가.

현재 통일부의 북한 바로알기 아니 북한 욕하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농업 정책에 대한 여러 정보와 분석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북한 농업이 '전부 망했다', '해도 안 된다', '농업 관련 내용은 전부 선전이다'라고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비난한다.   

북한 욕하기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 그것은 북한 선전에 호응하는 것이고 좌파, 친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 관련 전문가, 연구원 등이 입을 다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결론을 내려놨는데 무슨 이야길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북한 바로알기의 근거가 편향됐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근거로 북한 바로알기라며 북한을 욕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은 북한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이 싫어서 탈북했기 때문에 증언에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싫어서 해외로 떠난 사람들을 모아서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증언을 분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의 부정적인 증언은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한민국의 전체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말할 것이다. 자칫 자신들의 사상을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여러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 

남한 사람들이 돈만 좋아하고 비인간적이며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회사, 조직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무시하고 왕따를 시켰다며 울분을 터트린 사람들도 봤다. 남한이 북한 보다는 자유롭기 때문에 좋지만 남한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 정치, 정권은 나쁘지만 사람들이 순박해 좋았고 고향이 그립고 인간적이었다고 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속내를 정부가 조사하는 증언에서 말할 수 있을까? 통일부 주장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의 발언이 모두 팩트라면 남한은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하고 비인간적이며 왕따가 횡횡하는 사회일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은 다른 정보, 자료, 증언 등과 복합적으로 분석돼야 한다. 또 감정적인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증언하는 사람의 속내를 잘 파악해야 한다. 과연 통일부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 번째 문제는 북한 바로알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전, 심리전을 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전전, 심리전은 적대국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진다. 북한도 미국도 대외 선전전, 심리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 정부는 미국과 전쟁을 하면서 일본 국민들에게 귀축영미(鬼畜英米)를 선전했다. 미국인, 영국인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 가축과 다를 바 없다고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미국인, 영국인들이 일본 어린이를 죽이고 여성을 성폭행하며 결국 일본인을 말살할 것이라고 선전했다. 

일본 정부의 의도는 국민들에 대한 정신교육, 정신무장이었지만 이는 비극을 가져왔다. 귀축영미를 생각한 일본 군인들은 미국인, 영국인 포로들을 학대하고 학살하며 전쟁 범죄를 일으켰다. 당시 그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며 죄책감도 없었다고 한다.

오키나와 상륙전 등의 과정에서 일본 주민들은 귀신, 가축을 죽여야 한다며 죽창과 폭탄을 들고 연합군에게 뛰어들었다. 또 많은 일본 주민들이 귀신, 가축에게 잡혀서 능욕을 당하지 않겠다며 집단 자살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 군국주의 정부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선전전, 심리전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냉전 상황에서 반공을 위해 자국민 대상 선전전, 심리전이 펼쳐졌다. 그 결과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자국민 대상 선전전, 심리전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정부에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전, 심리전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물론 독재 국가에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전, 심리전을 여전히 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에 대해서 비판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정보 분석, 의견 수렴 후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인 선전전, 심리전이 돼서도 안 된다.

국민 세금을 들여서 정신교육에 나선 것을 보면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신교육을 받아야 할 만큼 어리석고 우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