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북한 폐쇄주의 변화 없이는 AI 시대 대응 못한다

2024-09-05     강진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북한도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구글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알파고를 선보이면서 인공지능(AI) 암흑기가 끝났다. 그리고 2022년말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선보이면서 또 다시 AI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은 빠르고 쉽고 간편하게 AI 분석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경제, 산업,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향후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계획과 관련해 중심적이고 견인력이 강한 첨단과학기술발전계획을 목적 지향성 있게 설정하고 과학연구 역량을 집중해 집행해 나가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북한은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첨단’과학기술발전계획이 강조됐다. 연구자료를 보면 북한은 정보기술(IT), 나노기술, 생물공학, 우주기술 등을 첨단과학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이후 북한에서도 인공지능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10조에서 쌍방이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 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 발전을 추동하기로 했다. 특히 두 나라는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들을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키며 공동연구를 적극 장려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조약에 정보기술과 별도로 언급됐다. 

또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발행하는 ‘콤퓨터와 프로그람기술’ 2024년 1호에 생성형 AI에 관한 내용이 수록됐다.

문건에서 북한 연구자는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회사인 OpenAI가 내놓은 실시간 대화로보트모형 Chat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했다.

급기야 8월 24일 김정은 총비서는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즉 북한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 2000년대 은별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오래 전부터 AI를 연구해 왔다. 이후 바둑 프로그램 뿐 아니라 생체인식, 음성인식, 번역, 보안 등 분야에서 AI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앞서 소개한 2016년 딥러닝 쇼크 이후 북한은 딥러닝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이 AI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왔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이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회의적이다.

현재 AI 발전과 관련해 중요하다고 지목되는 것은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터넷 서비스이다.

최신 AI 기술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방대한 전산 자원을 활용해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것을 인터넷 서비스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상황은 어떨까? 북한은 폐쇄적인 IT 환경을 고집하고 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을 활용하기 어렵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확보하거나 해외와 교류, 사업 등을 위해 연락하는 경우에도 인터넷 사용이 제한돼 있다. 미리 제출한 해당 목적을 위해서만 인터넷을 활용해야 하며 그 과정도 통제된다.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제한적이다. 물론 자체적인 전산자원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지만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성능에는 비교할 수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 차이는 결국 AI 연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데이터 역시 문제다. 북한이 자체 내부망을 중심으로 IT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축적된 데이터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 사용 자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파견된 관계자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입수한다고 해도 검열 등을 거치면서 데이터가 제한적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핵심 원료는 데이터이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AI 기술이라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인터넷 서비스 측면에서도 문제다. 전 세계 사람들이 현재 매월 수십달러 정도의 돈을 내고 인터넷을 통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 사용도 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더라고 가격, 편의성 측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북한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든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그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I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북한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된 관계자들을 활용해서 아무리 AI 기술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도 연구자들이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과 AI 연구개발을 위한 협력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필자가 이처럼 북한 AI 개발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무조건 북한을 욕하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의 IT 상황을 보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시대가 변하면 그에 따라 사람도 조직도 나라도 변해야 한다. 과거 행태를 고집하고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최소한 해외 IT 기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만이라도 연구자, 학생, 주민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다.

또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 내부망에서라도 사이트들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설해야 한다. 사이트를 늘리고 사용자도 늘려야 데이터도 늘어난다.

연구개발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국제 협력에 참여해야 한다. 국제 학술 행사 등에 참여하는 북한 IT 인재들을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AI 시대 도래 등 최신 IT 환경 변화에 맞춘 북한 IT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단계적 인터넷, 데이터 개방 등의 조치가 포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북한에서는 AI를 안해도 된다고 IT 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발전에서 남에게 뒤떨어지면 기술의 노예가 되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유린당하게 되며 종당에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말은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글에서 발취한 문장이다. 이미 북한 당국자들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