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반대한다
"동족을 대리전쟁의 돌격대로 희생시키려는 무모한 행위를 무조건 걷어 치울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세계평화와 정의를 유린하는 파병 행위에 대하여 우리는 동족으로서 응당 말해야 할 민족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이 불거졌다. 명확한 실체가 아직 전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 미국, 유럽 등과 해외 언론 분석을 종합해보면 북한 병력 2000~3000명이 러시아 동부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병력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지 또 정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 병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러시아로 이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려할 사안이다.
필자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앞서 언급한 주장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북한 당국자들은 격분할 것이다.
그런데 저 말은 2003년 10월 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한 말이다. 당시 조평통 대변인은 남한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저렇게 주장했다.
2003년 당시 북한은 남한의 이라크 파병이 대리전쟁의 위험이 있으며 세계 평화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북한 당국자들은 러시아 파병이 내부 문제이며 북한과 러시아의 문제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도 북한 조평통 대변인이 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 "결코 남한 내부문제이거나 남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 문제로만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족으로써 비판해야 할 민족적 권리가 있다고 한 것이 바로 북한이다.
2003년은 김정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다. 당시 조평통 대변인의 담화는 김정일 정권의 입장이었다. 저 주장을 부인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필자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편향적으로 북한을 비판한 적이 없다. 또 황당한 거짓 정보로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비판을 하는 이유는 같은 동포 청년들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 싸우다가 청년들이 희생된다면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명분은 있다. 반면 명분도 없는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희생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두 나라 사이에 복합적인 갈등이 원인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것은 명분이 없다.
대북 제재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는 파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전쟁 참여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전쟁 참여가 당장 돈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은 그보다 훨씬 클 것이다.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유럽 등과 관계 개선에 나가는 것이 더 이득이다.
북한은 청년들이 나라를 위해서 싸운다고 할지 모르지만 과연 북한을 위해 싸우는 것인지 권력자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싸우는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말처럼 인민들을 위한다면 러시아에 있는 병력을 전쟁터가 아니라 북한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남한 정부 역시 냉정하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윤석열 정부의 발표와 대응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파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과 극우 세력들은 좌파의 선동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좌파의 선동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업보다. '바이든과 날리면' 소동, '오빠와 친오빠' 논쟁 그리고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의 막말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또 극우 유튜버 출신 장관, 태극기 부대 출신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과 보수언론들은 당장이라도 한국이 전쟁에 참여하고 파병을 해야하는 것처럼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확인도 안 된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흘리지 말고 정확한 팩트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국제 정치는 무식한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를 나누듯이 딱 나눠지지 않는다. 검사가 유죄, 무죄를 주장하듯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고 단지 국익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전쟁 중에도 사신이 오고가는 법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러시아, 북한 등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전쟁과 죽음 앞에서 좌우 이념과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남북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사람들의 희생 속에서 어떤 영광이 있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전쟁 후에 남는 것은 영광이 아니라 슬픈 원혼들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