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윤석열 탄핵 집회 취재갔다가 떡을 받아 먹었습니다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습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여의도 일대 교통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신길역에서 내린 후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진입했습니다. 말그대로 사람의 파도 인파가 여의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의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12월 7일 탄핵 촉구 집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날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여의도로 향하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들과 함께 가족들이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10~20대 친구들이 모여서 가는 사람들, 남여 커플들, 중년 어르신들의 모임 등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7일 집회에 약 100만명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14일 집회에는 약 200만명 참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질서를 지켰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도로에 줄을 맞춰 앉았고 횡당보도는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상계엄 내란 사건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자리였지만 집회는 축제 분위기처럼 진행됐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풍선과 전단, 깃발 등을 흔들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습니다.
연사들이 나와서 본인이 느낌 비상계엄의 공포를 설명하기도 하고 인가 가요를 개사한 노래도 울려퍼졌습니다.
인파는 국회 앞을 넘어 KBS 주변, 여의도 공원, 여의도 은행 거리 등을 매웠습니다.
그 넓은 여의도 공원이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그러나 사고 조차없었습니다. 모두가 질서를 지키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여의도 공원 인파 속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그냥 무시하면서 충돌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음식과 커피, 물 등을 공짜로 나눠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서로 힘 내라고 하면서 물건을 주더군요.
공짜로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너무 몰리거나 무분별하게 물품을 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취재를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가래떡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가래떡이었습니다. 먹고 힘을 내라며 나눠주시더군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춥고 배고푼 상황에서 떡을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습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많은 분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날씨가 춥다며 커피를 타서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커피 한모금으로 취재하던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이날 국회는 찬성 204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소식이 전해진 후 여의도에 함성이 울려퍼졌습니다.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뛰어 올라 소리쳤습니다. 한 나이드신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탄핵안이 통과된 후 집회 현장은 진짜 축제 현상이 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현장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의도에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몰려서 여의도를 벗어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마포대교를 건너서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마포대교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저도 처음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마포대교를 건너는데 평소보다 약 2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질서를 지켰습니다.
축제 분위기는 마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마포 식당, 술집 등을 찾아 술을 마셨습니다. 그날 마포 식당, 술집들은 만석이 됐습니다.
12월 14일 탄핵 촉구 집회를 취재하면서 민심의 무서움을 알았습니다. 2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거기로 나올만큼 이번 비상계엄 내란에 분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모두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성숙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