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보수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한다고?

2025-01-16     강진규 기자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극우유튜버, 일부 보수언론들은 보수층이 일치단결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비상계엄과 부정선거 문제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모든 보수층이 비상계엄과 부정선거 문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특성상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연구자, 사회운동가, 기업인은 물론 정부부처, 경찰, 군, 국정원 등의 전현직 공무원들도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어떤 직업의 사람들 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지난 한달 동안 만났던 공무원들 중 비상계엄을 지지하거나 부정선거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수층인 그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A 관계자는 "해킹에 의한 선거부정이 의심됐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민관학 IT보안 전문가들을 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서 점검을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왜 총을 든 군인을 보낸 겁니까?"라며 "계엄군이 총을 들고 거기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솔직히 진짜 선거부정을 확인하겠다고 간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B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선거부정이 의심스럽다면 수사기관들에 대통령이 특별수사를 지시하면 됩니다. 감사원에 감사를 지시할 수도 있습니다"라며 "만약 기관장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인사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부정 문제는 이미 법원에서 아니라고 판단이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으로 다 장악하려 했습니다"라며 "수사기관들을 부정하고 법원을 부정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법치를 부정한 사건입니다"라고 밝혔다.

C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중요 정보는 대통령에게 종합돼 보고되는 구조입니다"라며 "그런데 대통령이 그런 보고들을 외면하고 유튜버들이 떠드는 가짜뉴스를 신봉했다는 것이 참담합니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루트의 정보보고와 가짜뉴스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D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들은 너무 바빠서 유튜브를 볼 시간도 없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더 바빠야 하는 대통령이 유튜브를 보고 또 그 내용을 신봉해서 비상계엄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라며 "보수, 진보를 떠나서 참모나 장관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믿고 그런 결정(비상계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E 관계자는 "군, 경찰과 공무원들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그것이 합법적인 지시라는 기본 전제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무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무조건 체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절차없이 불법적으로 체포를 하라고 하면 그 지시는 따를 수 없는 것입니다"라며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 공무원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계엄법에도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인 의료진들을 처단한다는 내용이 어떻게 포고령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불법적 지시를 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또 불법적 지시임에도 그것을 무조건 따르고 다시 하급자들에게 지시한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는 있어도 어떤 공무원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념이나 정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군 통수권 행사와 국정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다고 모두가 걱정했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만 그런 것일까?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들 모두 비상계엄에 반대했었고 지금도 반대하고 있다.

필자가 보수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하는 이유는 극우 유튜버와 보수언론 보도 때문에 사회적 오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층, 중도층에서는 보수층 전체가 비상계엄을 지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보수층에서도 모든 보수 인사들이 자신들처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보수 인사들이 말을 하지 못할 뿐 그렇지 않다.  

필자는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후원금을 달라며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극우 유튜버들이 진짜 보수일까? 아니면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공무원들이 진짜 보수일까? 누가 진짜 보수입니까?

어떤 사람들은 빨갱이들이 정부 기관들도 전부 장악해서 이런 이야길 한다고 할지 모른다. 미국을 믿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 IT보안 업체 관계자의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그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미국 본사에 상황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을 작성하면서 대한민국이 남미, 아프리카의 혼란스러운 나라가 된 것인지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며 "비상계엄이 바로 종료됐지만 이후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도 꾸고 있습니다. 여전히 공포와 참담함으로 답답하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IT보안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조차 성조기를 흔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국민들처럼 그날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