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북한판 딥시크가 나올 수 있다

2025-02-04     강진규 기자
출처: NK경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성능의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IT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딥시크가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인지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춘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IT업계가 충격을 받은 것은 엄청난 성능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성이다.

그동안 IT업계에서는 챗GPT 수준의 AI를 개발하고 서비스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전산자원, 다수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오픈AI는 1200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창립한 스타트업이며 연구인력이 약 1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칩을 활용해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AI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딥시크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생성형 AI 개발에 대한 기존 인식이 깨지는 것이다.

필자는 만약 중국 스타트업이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했다면 북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필자의 주장에 대해 북한은 돈이 없기 때문에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을 한국 등 다른 나라의 현실을 투영해서 예측해서는 안 된다.

AI 개발에서 중요한 것이 인재 확보다. 북한은 1990년대 IT 연구개발을 본격화할 때부터 AI 분야 연구를 진행했다. AI 기반 바둑 프로그램 은별 바둑이 대표적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은별 바둑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현재 북한 IT 분야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은별 바둑을 시작으로 생체인증, 안면인식, 자동번역, 음성인식 등 다방면에서 AI 기술을 연구했다.

필자는 북한 IT 개발자들의 수준이 중국 인재들에 필적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미국 등의 IT 기업들은 AI 분야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일단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억대 연봉 수준의 처우를 해줘야 한다. 그렇게 돈을 준다고 해서 그들이 그곳에서 근무한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북한의 IT 개발자 연봉은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와 당이 지시를 하면 바로 인력을 모을 수 있다. 내일이라도 김정은 총비서가 AI 개발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IT 인재 1200명을 모아서 연구소를 만들라고 할 수 있다.  

AI 개발이 인재 확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전산자원과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딥시크는 낮은 성능의 전산자원으로도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북한은 대북 제재로 전산자원 확보에 난항을 경험하면서 그 대안으로 낮은 성능의 전산자원으로 고성능을 내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데이터 문제는 북중러 협력 강화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 IT 분야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서 AI 협력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서 데이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북한은 중국과도 AI 개발 협력에 나서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면 북한이 한국 보다 앞선 AI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법이 없다.

현재 미국,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AI 경쟁에 나서고 있다. AI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이 고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기술을 확보한다면 그 파장은 핵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버금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이 북한 IT 기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다. 상당수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북한 연구자들 조차 북한의 IT 수준을 10~20년 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판 딥시크 이야길 하면 비웃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소수로 존재한 북한 IT 연구와 연구자들도 힘들게 했다. 연구를 축소하고 없애는 것은 물론 북한 IT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문제가 있는 사람들처럼 몰아갔다. 이제 북한 IT나 북한 AI를 파악할 기반도 거의 사라졌다.

한국 정부와 언론들은 북한판 딥시크가 나오면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외면할 것이다. 이후 사실로 확인되면 부랴부랴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난리를 칠 것이다. 그 때는 이미 전문가들은 사라지고 소설가들이 정부에 화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