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이제 북한 IT를 모르면 북한을 알 수 없다
북한 IT를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을 알기 위해 정치, 안보, 외교 등의 관점에서 취재를 해야지 왜 IT를 다루냐는 것이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서도 일부는 IT는 부수적인 요인일 뿐 경제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북한,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길했다. 수년 간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북한 IT를 비주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필자는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역시 북한 IT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IT를 모르면 앞으로 북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 농업, 건축, 환경, 의료, 교육 등 북한의 모든 부문에서 IT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군용 무인기 시험 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직접 군용 인공지능(AI) 연구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 무기 체계에서 IT는 인간의 뇌, 심장과 같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핵무기 개발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도 IT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과거 북한이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공을 들인 것이 핵 관련 소프트웨어(SW)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성공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있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먹는 문제 해결을 표방하고 농업 부문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과학농사, 과학농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농업 부문에 IT 기술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업근로자들이 농업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또 컴퓨터로 농업 관련 학습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은 의료보건 분야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도 IT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의료시스템을 개선, 확산시키고 먼거리의료봉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 원격교육은 일상화되고 있으며 건축 부문에서는 각종 SW를 이용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 부문의 개선 역시 IT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외화벌이 핵심도 IT다. 북한 IT 기업과 개발자들이 해외에서 외주 개발, 용역 등을 수행해 돈을 벌고 있다.
북한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과 사업들이 거의 대부분 IT와 연결돼 있다. IT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북한의 정책, 사업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무인기의 외형과 사진, 구두 정보를 아무리 분석해도 거기에 탑재되는 AI를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탑재되는 AI를 모르면 무인기를 모르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한 IT를 등한시 했다는 점이다. 북한,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IT에 관심이 없었고 IT 관련 기관들은 북한에 관심이 없었다.
필자가 8년 전 북한의 AI 논문에 대해서 교수, 전문가들에게 문의했지만 대부분이 관심이 없다거나 괜히 북한 관련 사안에 연루되는 것이 아니냐고 회피했다. 북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자문을 구할 때도 대부분 피하려고 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남북 관련 연구 예산이 삭감됐으며 북한 관련 연구나 일을 하는 것이 '나쁜 짓(?)'인 것처럼 취급을 받았다.
때문에 북한 IT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했으며 북한 IT 연구를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또 한쪽에서는 북한 IT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가 볼 때는 현재 진짜 북한 IT와 관련해 전문가로써 자문하고 조언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필자 역시 모르는 것이 여전히 너무 많으며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얼치기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하다.
북한 IT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과거 연구를 복구하는 것도 때가 늦은 것 같다. 당장 지금 시작해도 몇 년은 걸릴 일이다. 또 이제 거기에 응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 IT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정보 분석이나 대북, 통일 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필자는 북한 IT의 중요성을 외쳐왔지만 사람들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가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모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