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통일부 명칭 변경이 아니라 해체를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개똥이’를 ‘소똥이’로 이름 바꾼다고 일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칭 변경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통일부 존재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를 경험하고 있다. 통일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락가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권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꾼다. 언제는 북한을 욕하다가 다시 북한은 화해 협력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라고 한다.
정부 기관이 정권의 입장에 따라 방향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정부 기관들이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돼서는 안 된다.
우선 정부 기관이 충성을 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정부 기관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며 국익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통일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해 각 기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다고 했을 때 미국 기관들이 전부 ‘충성’을 외치며 무조건 동의한 것이 아니다.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한 기관도 있었다.
그것은 각 기관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국방부는 국방, 안보의 관점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외교부는 외교 관점에서, 기획재정부는 경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통일부는 그 존재 목적이 남북 대화, 화해, 협력 추진과 평화,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방부, 국정원이 대북 강경책을 이야기해도 통일부는 존재 목적에 따라서 대화와 평화를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게 각자의 역할이다.
통일부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정권 눈치를 보면서 입장과 말과 행동을 바꾸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는 스스로 존재 목적을 부정했다. 평화와 남북 대화, 협력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북한을 욕하며 갈등과 대결을 고조시켰다.
통일부가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 역할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단속하는 검찰, 경찰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남북 대화를 위한 접촉 시도를 거의 다 불허했으며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사람들을 색출해서 법적 조치한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여기에 화해 협력을 추진해야 할 통일부에서 국방부, 국정원이 이야기해야 할 북한 정권교체, 흡수통일이 거론됐다.
12.3 비상계엄 내란 사건 특검이 윤석열 정부의 외환죄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선포를 위해 북한과 충돌을 유도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통일부가 이름을 바꿔서 갑자기 남북 화해, 협력과 평화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과연 누가 통일부를 신뢰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부터 통일부를 믿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또 말을 바꿀 부처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한국 국민들도 안믿는 통일부를 북한이 과연 신뢰할지 모르겠다.
특히 통일부는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약 한 달이 됐지만 누구하나 지난 3년 간 통일부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지난 3년 간 남북 평화, 통일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조차 통일부를 반통일부라고 부르고 통일부 해체를 주장했었는데 말이다.
그냥 윤석열 정부에서 시켜서 한 것이니 책임이 없고 지금은 이재명 정부이니 거기 맞추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남북 화해, 협력이 재추진된다는 점에서 완장을 찰 수 있다고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통일부가 기관의 존폐를 걸고라도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 화해, 협력과 평화를 주장하며 바른 말을 했다면 그때 기관이 사라졌어도 다시 살아났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눈치를 보며 박쥐처럼 살아남았다.
이제는 명칭 변경이 아니라 통일부 존폐를 논의해야 한다. 통일부의 남북회담, 대화창구 등 부문으로 남북회담처를 만들어서 총리 직속으로 할 수 있다.
각 분야별 협력은 부처별로 진행하고 총리와 국무조정실에서 이를 조율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남북의료협력은 보건복지부가 과학기술협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하면 된다. 남북회담처는 행정 업무와 조율 기능을 수행하면 된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넘길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이를 통일부가 따로 관리하는 것이 이상하다. 행안부에서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
또 북한 인권 관련 사항은 국제적 사안이므로 외교부가 담당하면 되고, 북한 정보 분석 기능은 국정원과 국방부로 완전히 이관하면 된다.
통일부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상징성을 위해 통일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배우자가 아무리 수 차례 불륜을 하고 거짓말을 해도 용서하고 그냥 살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렇게 지조(志操) 없는 배우자와 사는 것 보다 혼자 살거나 새 출발을 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