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한반도의 운명을 유튜버들에게 맡긴다고?
최근 황당한 이야길 들었다. 한국의 정보기관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유튜버에게 듣는 것은 물론 대북 정책 자문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뜬 소문이나 가짜뉴스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문제로 생각된다.
물론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 역시 유튜브에 나오는 북한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다양한 채널 중 하나로 유튜브를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지 유튜브가 북한 정보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가 들은 이야기는 보수 유튜버를 출처로 하는 정보가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장관,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보당국의 북한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데 보수 유튜버들이 조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보수 유튜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지 유튜버가 대북 정보의 주요 원천이라고 하면서 정보당국과 관계자들이 관할권 다툼을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만약 이런 이야기들이 맞다면 유튜버들이 북한 관련 분석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넘어 대북 남북,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필자는 유튜버들이 대북 정책의 중심에 서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문제는 유튜버는 활동하는 목적부터가 다르다는 점이다. 교수, 연구원 등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소속돼 북한을 연구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다. 그것을 통해서 월급도 받고 승진도 하고 이름도 알리는 것이다. 공무원, 기업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대북 사업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유튜버들의 목적은 조회수를 높여서 돈을 버는 것이다. 또 다른 부류의 유튜버들은 좌우 정치 이념에 따라 활동하는 정치 유튜버들이다. 99%가 이런 사람들이다.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유튜버들이 검증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수, 연구원들은 보고서나 논문을 쓰면 그에 대한 검증을 받게 돼 있다. 기자들도 기사를 쓸 때 내부 검증 과정을 거친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검증은 있는 것이다.
또 교수, 연구원, 기자, 기업인, 시민단체 활동가, 공무원 등 관계자들은 자신이 소속된 곳이 있다. 만약 거짓말을 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그곳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말이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튜버들은 그냥 일반 민간인이다. 그가 유튜브에서 어떤 발언을 해도 사실상 책임이 없다. 그들의 발언은 동네 아저씨가 술집에서 하는 소리와 같은 것이다. 아무말이나 하고 거짓말을 해도 검증할 방법도 없다.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유튜버들을 명예훼손으로 민사 소송을 걸 수는 없다. 유튜버들은 거짓말로 인해 최약의 상황에 쳐해도 유튜브 채널을 폐쇄하면 그만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문제점을 연결해 보면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이야길하고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좌우 정치 성향의 유튜버들 역시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정보를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유튜버를 통해 한국의 기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철저히 보안을 지킨다고 해도 질문을 하는 것 자체로 한국 정부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유튜버들이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에 들은 내용을 방송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유튜버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신이 정보기관으로부터 문의를 받고 어떤 자문을 했다고 이런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다.
네 번째 문제는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대북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성이 없는 유튜버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엉뚱한 자문을 할 수도 있다.
유튜버들 중에서는 국내외 언론에서 나온 뉴스를 재해석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길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필자 역시 유튜브를 보지만 유튜버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몇몇 유튜버들은 전문 지식을 갖추고 탐구를 하기도 하지만 매우 소수에 불과하며 그들의 발언 역시 검증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왜곡된 생각이 증폭되고 극우, 보수 유튜버들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맹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부터 유튜버를 믿고 있기 때문에 유튜버가 이야기한 정보를 올려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에 20~30대 MZ 공무원들이 유튜브를 즐겨보면서 유튜버를 전문가처럼 인식하게 된 원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 유튜버는 휴민트가 아니다. 오히려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필자는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과연 한국 정보기관들이 모르고 있을지 의문이다. 수십년을 정보 업무를 한 사람들이 일개 기자가 아는 내용을 모를까?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정보기관들이 유튜버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윤석열 정부에서 목소리를 높인 심리전, 인지전 등을 위해 유튜버를 포섭,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로 정보당국이 몰래 정보를 특정 언론사, 의원실, 연구원 등에 던져주고 기사가 나오게 하는 수법을 쓰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은 유튜브를 볼 수 없다. 유튜브를 보는 것은 대만힌국 국민들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의도에 따른 여론 형성을 위해 심리전, 인지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전 세계 어떤 나라 정보기관이 조회수를 위해 아무말이나 떠드는 유튜버들에게 의존해서 정보 분석을 할까?
설마 대한민국의 정보기관들이 그렇게 무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라도 한국 정부가 유튜버들의 말에 의존해서 한반도 정책을 짠다면 그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