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남북 과학기술, IT 핍박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권이 바뀌었을 때 기대를 했다. 그리고 과학기술, IT 부처 장차관들이 임명될 때 다시 기대했다.
무엇을 기대했느냐? 윤석열 정부 시절 핍박받고 부조리했던 남북 과학기술, IT 부문에 대한 반성과 개혁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할 때 단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다. 다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치만 보고 있다.
이에 필자는 펜을 들게 됐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 과학기술, IT 교류는 물론 연구도 직격탄을 맞았다. 어떤 사람들은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은 거기에 맞춘다고 할 것이다.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는 정권에 상관 없이 해야 한다.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과학기술기본법 19조 1항은 "정부는 남북 간 과학기술부문의 상호교류 및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에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2항은 "정부는 제1항의 시책 추진을 위하여 북한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 제도 및 현황 등에 관하여 조사, 연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22조 1항은 "정부는 남북 간 방송통신부문의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며 2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남북 간 방송통신부문의 상호 교류 및 협력 증진을 위하여 북한의 방송통신 정책, 제도 및 현황에 관하여 조사, 연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는 용산 대통령실, 정부 고위관계자들, 공무원 등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윤 정부 출범 후 과기정통부, 구 방통위 그리고 산하기관들에서 사업 계획과 문서 등에서 '통일', '남북', '평화' 등의 용어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보이지 않는 이런 지침에 따라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한반도, 국제교류, 동아시아 협력 등의 용어로 바뀌었다. '통일', '남북', '평화'에 관한 것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였다.
과기정통부 연간 종합 사업계획에는 1~2줄 정도라도 남북 관련 내용이 들어갔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이 마저도 빠졌다.
남북, 통일 관련 신규 사업은 아예 거론하지도 못했고 기존 사업들은 축소됐다. 과기정통부의 여러 산하기관들에서도 관련 사업을 중단, 폐지하는 것은 물론 남북 업무도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것이 압박 때문인지 소위 '알아서 기려고' 눈치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윤석열 정부 기간 북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일TV 인가 취소 문제도 불거졌다. 누군가 통일TV를 보고 콘텐츠를 문제 삼으면서 송출 중단, 인가 취소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더구나 과기정통부는 통일TV 인가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추진했다. 내외부에서 징계를 할 사안인지 의구심이 불거졌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가 일부 인원만 경징계를 하는 것으로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를 했지만 누군가 격노하면서 전원 중징계로 바뀌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올해 7월 서울고등법원은 중징계를 받은 과기정통부 직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소문으로는 남북 관련 일을 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성으로 중징계를 추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2024년 과기정통부에서 이미 진행됐던 과거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은 물론 연구까지도 점검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이미 진행된 남북 과학기술, IT 연구 내용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이념의 굴레를 씌우려고 했다.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곤혹을 치뤄야 했다. 일부 연구기관들과 연구자들은 발을 빼려고 했다.
이로 인해 사실상 연구들은 다 중단됐고 2025년에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사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과학기술, IT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것은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연구 마저 중단하고 과거 사례를 꺼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다.
만약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2025년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는 완전히 문을 닫았을 것이다. 연구 사업과 예산은 물론 담당 업무와 담당자들도 모두 없앴을 것이다. 2024년 하반기에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외에 더 심각한 사안들도 있었지만 관련된 분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겠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정부 시기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를 핍박하는 것을 넘어 고사시키려고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 부처와 공무원은 물론 산하기관들까지 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부조리에 대해 어떤 조사, 감사도 없었으며 반성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이제 와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에서 무엇인가 할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말이 과학기술기본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위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쩌면 사람이 살다보면 법을 못지킨다고 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기본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담당 기관도 안 지키는 법을 어떤 기업과 국민들이 지킬지 묻고 싶다.
만약 미래에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또 법을 위반하고 그 때는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를 고사시키는 못 다 이룬 꿈을 달성할 것인가?
남북 과학기술, IT 분야를 고사시키려 해놓고 아무런 반성도 안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쓴다.
엄격히 따지만 당시 장차관 그리고 실장, 국장들은 법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방해한 직무유기,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글을 쓴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봐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현재 관계자들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전임자들처럼 저런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10년, 20년, 30년, 50년이 지난 후에도 후손들이 우리의 과오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참고 윤석열 정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직
과기정통부 장관
이종호 장관 2022년 5월 ~ 2024년 8월
유상임 장관 2024년 8월 ~ 2025년 7월
과기정통부 1차관
오태석 1차관 2022년 5월 ~ 2023년 7월
조성경 1차관 2023년 7월 ~ 2024년 2월
이창윤 1차관 2024년 2월 ~ 2025년 7월
과기정통부 2차관
박윤규 2차관 2022년 6월 ~ 2024년 2월
강도현 2차관 2024년 2월 ~ 2025년 6월
방송통신위원장
한상혁 위원장 2019년 9월 ~ 2023년 5월
이동관 위원장 2023년 8월 ~ 2023년 12월
김홍일 위원장 2023년 12월 ~ 2024년 7월
이진숙 위원장 2024년 7월 ~ 2025년 9월
부위원장
안형환 부위원장 2022년 2월 ~ 2023년 3월
김효재 부위원장 2023년 6월 ~ 2023년 8월
이상인 부위원장 2023년 9월 ~ 2024년 7월
김태규 부위원장 2024년 7월 ~ 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