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Black Swan) 즉 검은 백조라는 말이 있다. 백조라는 단어에는 흰색이라는 뜻을 이미 담고 있다. 과거 검은 백조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18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기존에 백조는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졌다.

이후 블랙스완은 극단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왜 뜸금 없이 블랙스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필자가 블랙스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북한 경제, IT 협력 부분에서 바로 블랙스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한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북한은 당연히 한국과 경제협력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그렇게 주장한다.

IT 협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향후 북한과 국내 소프트웨어(SW), IT기업들 그리고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남한이 북한과 인접해 있고 서로 언어가 통한다는 점은 협력에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근거는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감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북한이 남한 말고 어디와 협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그릇된 고정관념도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미국, 일본 등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2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또 다시 직접 만나기로 한 만큼 두 사람은 성과를 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점차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북한과 일본, 북한과 유럽의 관계도 변화할 것이다. 또 북한이 개방화 조치를 하고 대북 경제제재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경제강국건설을 주창하면서 그 지렛대로 IT와 과학기술을 지목하고 있다. 지식경제산업 즉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경제협력에 나선다면 IT 부분이 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북한이 IT 협력에서 남한 만을 바라볼까? 미국, 일본 IT 기업들은 가만히 있을까?

북한 진출과 투자가 매력적인 것은 적은 비용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고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하고 구글이 합작사를 만든다면 그것은 북한 경제 협력에 블랙스완이 될 것이다. 판이 뒤집어지는 것이다. 일어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미국 아마존이 북한에 동북아 물류 센터를 지을수도 있다. 또 구글이 개마고원의 추운 날씨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평양에 지점을 열고 북한용 윈도 운영체제(OS)와 오피스 SW 영업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이 움직이면 일본도 움직일 것이다. 북한과 일본이 지금 서로를 비난하고 있지만 언제 그들이 돌변해 손을 잡을지 모른다. 일본에는 돈이 있다. 북한은 돈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중국은 1000년의 숙적이고 일본은 100년의 숙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북한이 중국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은 중국보다 일본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공식, 비공식 루트로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다. 조총련을 통한 물밑 접촉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북일 정상회담이 갑자기 열리고 일본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발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은 북한에 대한 식민지 시절 배상의 일환으로 철도, 통신 등 인프라 건설을 약속할 것이다. 

이에 맞춰 일본 기업들의 북한 진출도 가시화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손정의 회장이 방북하고 북한과 IT 스타트업을 만들 수도 있다. 손정의 회장이 북한에 투자하면 그 상징성으로 인해 너도 나도 북한에 접근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협력에 나설 수 있다. 

상징적으로 1개의 글로벌 IT 기업이 북한 투자에 나서면 판이 바뀔 것이다. 북한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도시바 등과 협력을 한다면 한국 IT 기업들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까? 비지니스를 경제논리가 아니라 민족이라는 감정으로만 접근하면 남북 협력은 자칫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블랙스완이 등장한다면 남한은 어찌할 것인가? 준비없이 손놓고 있던 기업들은 당황해할 것이다. 아마도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그럴 일이 없다며 가짜뉴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외신을 통해 소식을 들은 후 부랴부랴 어찌된 것인지 알아보기 바쁠 것이다.

청와대에서 우리도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고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조급하게 IT 기업들에게 투자를 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정보도 전략도 없이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블랙스완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언젠가 개방되고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언제인지가 문제일뿐.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블랙스완의 가능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비지니스 관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정보 관리를 제안하고 싶다. 대북 IT 협력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 IT 정보다.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남북이 협력해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지 정보가 있어야 남한 기업들이 준비를 하고 전략을 짤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수집해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처와 산하기관, 협단체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북한 IT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또 통일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산업통산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이 보유한 북한 IT 정보도 확인하고 이관을 요청해야 한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리를 넘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IT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곳은 독립적인 기관으로 정해 각 기관, 기업들의 다툼을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 IT 협력을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도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를 한다면 북한과 IT 협력을 추진하게 될 때 남한 기업들이 미국, 일본, 중국 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과 논리에 따라 북한에 남한과 협력을 해야할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판이 뒤집어 지는 것을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준비해서 판을 뒤집을 것인지 생각해볼 시점이 아닐까?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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