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연구공지

북한이 통일부가 진행하는 유럽연합(EU) 방식의 남북 연합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같은 방안이 남북 분열 고착화와 통일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입 밖으로 내용을 말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18일 '통일방안을 연구한다는 남한의 도학선생들에게'라는 글을 게재했다.

아리랑메아리는 "오늘 날 남한에서 모방과 교조에 눈이 먼 사람들이 적지 않아 총명하고 자존심 높은 우리 민족의 얼굴에 흙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겨레의 심각한 우려와 비난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통일 문제에서까지 유럽동맹식 통일방안을 들먹이며 묵과할 수 없는 모방놀음이 벌어지고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기사

이는 4월 1일 문화일보가 보도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문화일보는 통일부가 EU식 남북 국가연합 구상을 마련하는데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남북한 통일과정에 대비한 해외 통합 사례 심화 연구 (EU : 유럽연합의 제도적 장치를 중심으로)' 용역 입찰공고를 보고 쓴 것이다.

북한은 통일부가 공지하고 문화일보가 기사화 한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랑메아리는 "유럽동맹식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귀에 설다. 유럽 사람들이 언제 우리처럼 분열의 고통을 겪다가 통일됐다는 것인지 금시초문이 아닐 수 없다. 유럽동맹 내의 구성원들은 우리 민족과 같은 단일 민족도 아니며 우리 나라처럼 단일 국가로 있다가 갈라졌던 것도 아니다. 유럽사람들도 자기들의 동맹 결성과정을 통일과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개별 국가들 간 동맹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우리 민족에게는 이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3대 원칙이 있고 역사적인 남북 선언들과 같은 조국통일의 이정표, 실천 강령들도 마련돼 있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뚱딴지 같은데 매달려 통일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유럽 동맹처럼 북과 남의 관계를 국가들 간의 관계로 만들어놓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리랑메아리는 "한마디로 통일방안 연구의 간판을 내건 분렬방안 연구선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인민이 남한에서 벌어지는 유럽동맹식 통일방안 연구놀음에 분노하고 남한 민심이 분열 고착화와 통일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난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통일을 갈망하는 민족의 저주를 받지 않으려거든 그 누구도 다시는 유럽동맹식 통일방안이라는 말을 입밖에도 꺼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통일부와 남한 정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판의 강도는 높은 수위를 유지했다. 이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통일 포기이며 이를 언급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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