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관련해 취재를 하다보면 남한 사람들 중 북한과 관련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경제협력 파트너는 남한 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이 없으면 경제협력을 못할까?

이런 시선은 진보, 보수 양 진영 모두에서 나타난다. 일부 인사들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남한 뿐이라며 도와주자고 주장한다. 또 반대편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남한 뿐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 중단이 강력한 제재이며, 어차피 미래에 북한은 남한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필자는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있다. 또 미래에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호전되고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면 미국, 일본, 유럽 등과도 손잡을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단절됐을 때 북한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했다. 또 북한은 러시아와 경제교류를 늘리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과도 교류하고 있다.

북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 경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대북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과 교류를 확대할 것이다. 

현재 미국, 일본과 북한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비지니스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미국과 과거 전쟁을 치뤘던 베트남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왜 두 나라는 손을 잡았을까?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 된다면 미국이 북한에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 돈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과 대립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득을 위해 언제 변할지 모른다. 일본은 북한에 식민지 배상금 지급이라는 카드가 있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원개발권, 인프라개발 및 운영권 등을 가져갈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원산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할지 모른다. 미국과 일본이 막후에서 조율을 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영국이 북한과 2000년 국교를 수립했다. 북한은 동유럽 뿐 아니라 서유럽 국가들과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기업인 중에는 북한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남한과 북한은 마주하고 있으며 같은 민족으로 역사, 언어, 문화적 동질성이 있다. 이는 교류 협력에 있어서 큰 장점이다.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과 경제협력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이 남한과 협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필수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그중 남한을 꼭 선택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다른 국가들이 남한 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북한 실정에 맞는 협력을 제안했을 때 북한의 선택은 무엇일까?  

남한 입장에서도 북한과 협력이 필수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이 있고 고학력의 인력들이 풍부하다. 또 대륙과 남한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남북 경협은 남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다. 친척은 친척인 것이고, 비지니스 파트너는 비지니스 파트너인 것이다. 북한이 남한과만 협력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민족이라는 감정에 기반한 낙관론일 수 있다.

필자가 이런 내용을 거론한 것은 최근 한국거래소의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시장 활용 방안 연구 제안요청서'를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관련기사 한국거래소, 북한 자본시장 설립 지원 방안 만든다 

□ (주변국 경쟁 대비) 향후 북한 자본시장 설립과 관련하여, 중·러·일 등 주변국이 조기 개입해 선점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함

 ㅇ 북한이 한국式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북한 자본시장 설립 지원에 대한 선제적 준비작업 필요

아직 시작도 안 한 시점에서 한국거래소의 연구에 대해 왈가불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주장은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선제적으로 북한과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점을 눈여겨 보자는 것이다.

남북 화해, 협력이 언제 시원하게 진행될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남한은 북한과 협력을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협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준비를 한다면 그것은 늦을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을 설득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가 다른 국가들과 경쟁에서 남한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또 남한은 남북 경제협력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남북 경협에 기복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끈을 단절해서는 안 된다. 끈이 이어져 있어야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의 협력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과 협력도 중요하다. 남북 경협을 다른 국가들과 경쟁으로만 생각한다면 경쟁 과정에서 출혈이 불가피하다. 주변국들과 협력하는 방안 역시 고민해야 한다. 

낙관론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비관론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것보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낙관론이 실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땀을 흘려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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