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육성 프로그람교육쎈터이 발간한 '컴퓨터의 원리와 응용'

전 사회적으로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IT 기술과 관련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도 IT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을까? 북한이 생각하는 IT 분야의 역기능은 무엇일까? 

북한도 해킹, 개인정보유출, 소프트웨어(SW) 오류, 컴퓨터 범죄, 컴퓨터 질병 등 다양한 역기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K경제가 입수한 북한 교육성 프로그람교육쎈터의 '컴퓨터의 원리와 응용'에는 정보화 확산에 따른 문제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2000년 초반에 발간돼 최신 현황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북한 내에서 주축을 이루는 IT 개발자들이 이 책의 내용으로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0~40대 북한 IT 개발자들의 인식에 책의 내용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시대는 정보산업의 시대 컴퓨터 시대이다"라는 교시에 따라 교육성이 컴퓨터의 개념과 기술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었다. 책은 "우리는 정보기술 분야의 지식을 소유하기 위한 학습을 강화해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보람찬 투쟁에서 자기 앞에 맡겨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교육성 프로그람교육쎈터이 발간한 '컴퓨터의 원리와 응용'에 나온 컴퓨터의 세대 교체

컴퓨터의 원리와 응용에는 컴퓨터의 역사부터 기술, 활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책은 컴퓨터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다뤘다. 책은 "컴퓨터는 사용자가 윤리, 도덕적으로 옳게 이용할 때는 인류에게 많은 공헌을 하게 되지만 악용될 때는 무서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5가지 부작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첫번째로 소개된 것은 해킹이다. 책은 "컴퓨터의 모든 분야들은 하루밤 자고 일어나면 바뀔 정도로 신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모든 것을 알아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는 가장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세 가지 (해킹) 종류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책은 우선 다른 사람의 체계에 몰래 들어가 정보를 찾아쓰거나 그 정보를 바꾸는 해킹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로 통신회선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해킹을 체계해킹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어 디스크에 걸린 복사방지를 해제해 복사하는 일 즉 소프트웨어적인 복사 방지 프로그램을 푸는 것도 해킹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제작자의 허가 없이 자기 목적대로 소프트웨어 등을 고쳐 쓰는 것이 해당한다며 암호를 풀 때 프로그램 변경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SW 불법 사용을 위해 복제방지, 암호 기능을 깨는 것도 해킹으로 본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책은 IT 결함 및 실수에 의한 피해를 부작용으로 꼽았다. 책은 "이것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설계상 오류나 조작의 실수 또는 미숙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형태로 이로 인한 사고가 엄청나게 많다. 사람은 기계와 달리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기 떄문에 정보체계는 여러 가능한 오류에 대한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한다"며 "컴퓨터를 다루는 전문가는 자기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컴퓨터 사고의 결과가 엄중하다는 것을 알고 모든 일에 섬세한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시스템, SW 오류로 인한 피해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오류로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거나 이상 동작을 하는 사례가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SW오류로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남한에서도 SW오류를 없애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세번째로 책은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거론했다. 책은 "개인정보의 불법유출은 그 심각성이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컴퓨터의 부정적 영향이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에 관한 자료가 다른 기관에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악용돼 개인에 대한 불필요한 감시, 통제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국가 안전을 담당하는 정보기관의 컴퓨터망을 유린해 국가 안전에 결정적인 결함을 만들어 넣기도 하고 개인들에게 발표하기 어려운 자료가 불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제한도 없이 넘어감으로써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유출을 북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개인정보유출이 국가 안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각성이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언급은 책이 작성된 2000년대 초반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책은 개인정보유출 관련 범죄는 두 가지 동기에서 일어난다며 하나는 개인적 또는 소속조직의 비법적 이익을 가져오려는 범죄적 동기이고 또 하나는 호기심 많은 10대 청소년들의 도전적인 동기라고 설명했다.

북한 교육성 프로그람교육쎈터이 발간한 '컴퓨터의 원리와 응용'에 설명된 컴퓨터의 부정적 영향

책은 네번째로 컴퓨터 범죄를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다시 컴퓨터 범죄는 절취형컴퓨터범죄와 자료, 프로그램 및 체계의 복사 및 파괴로 나눴다.

절취형컴퓨터범죄에 대해서는 현재 범람하고 있는 컴퓨터 범죄로 하드웨어, SW, 자료 및 체계를 절취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책은 소개했다. 또 자료, 프로그램 및 체계의 복사 및 파괴는 고의적으로 체계(시스템)의 봉사(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일부를 파괴시키는 행위는 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체계의 파괴행위는 외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섯번째로 책은 컴퓨터에 의한 질환을 문제로 소개했다. 책은 "컴퓨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때문에 인간성이 파괴되고 점차 기형화 돼 간다는 주장을 한다"며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파의 해독, 비주얼 디스플레이 터미널(VDT) 증후군 등 컴퓨터와 관련한  질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최근의 일이라며 이것은 개인용 컴퓨터뿐 아니라 CRT 화면을
이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VDT 증후군은 현시 장치(모니터)를 보는 직종에서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눈이 침침하게 느껴지고 가끔 눈물이 난다'거나 '건반을 많이 두드리다보니 손목이 아프다' 등의 증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단말기, 철도역의 예약용 단말기, 전화번호 안내용 단말기, 비행기표 관리용 단말기에 연결된 모니터를 하루종일 보는 사람은 VDT 증후군이 심한 곳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은 전문가들이 이같은 질환에 대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고도 설명했다. 가벼운 운동 등으로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컴퓨터 관련 질환으로 책은 사고력 저하를 꼽았다. 컴퓨터통신을 이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전문화함으로써 필요한 정보들을 구분해 열람할 수 있지만 그 결과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예를 들어 체육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가 매일 체육에 관한 정보만을 열람하게 되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예술 정보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런 현상은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와 균형적인 정보 형성을 어렵게 한다. 컴퓨터 이용이 확대됨에 따라 컴퓨터에 익숙해 지면서 거기에 너무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의 기억력과 사고력 그리고 판단력이 떨어져 다양한 정보를 종합 분석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북한이 2000년대 초반 IT 개발자 양성과 교육을 활성화 하면서 정보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IT 개발과 관련해 해킹을 막기 위해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SW오류, 컴퓨터 범죄 등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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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북한에서는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교육이 업그레이드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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