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 already has an AI craze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에서 소개된 북한 기업의 전략

2019년 12월 17일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AI)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구글, IBM 등 해외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도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는 첨단 분야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한국이나 미국, 일본, 중국 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 역시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약 20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 왔다. 북한은 인공지능을 게임, 보안, 생체인증, 제조, 로봇 등 다방면에 적용하고 있다. 또 북한 IT 기업, 기관들은 최우선 과제로 인공지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1월 열린 정보화성과전람회에서 소개된 주요한 분야도 인공지능이었다. 북한의 IT 교육 기관 중 하나인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은 프로그램공학부를 지능정보공학부로 인공지능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바꿨다

더구나 최근 북한은 '과학기술중시->수자경제->인공지능 발전'이라는 논리와 명분도 마련했다. 앞으로 북한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은별 바둑과 인공지능 연구

2016년 구글(Google)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의 결과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대결 전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다. 바둑의 경우 복잡한 경우의 수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을 뛰어 넘을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했다. 이는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이 진보했다는 것을 보여줬고 각국, 각 기업들의 인공지능 연구를 가속화시켰다. 2019년 12월 열린 NHN의 바둑 AI '한돌'과 이세돌 9단의 은퇴 경기는 알파고 쇼크 이후의 파장으로 볼 수 있다.

알파고 등장 이전 북한에는 은별 바둑 프로그램이 있었다. ‘은별’ 1997년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바둑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다. 북한 연구원들은 은별로 1998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이후 은별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바둑 SW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당시 은별에 대해 바둑 인공지능 기술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의 IT 현황이 베일에 쌓여있기 때문에 이후 어떻게 인공지능이 발전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연구원들의 인공지능 연구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번역 프로그램 개발이다. 북한 개발자들은 바둑을 넘어 번역 프로그램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했다.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구글, 네이버 등은 번역 서비스는 인공지능에 기반하고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번역 기술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것이다.

2016년 5월 14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에는 ‘영조 기계번역 프로그램 개발을 걸음걸음 이끌어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영도 업적’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글은 북한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영어와 한글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여기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적용에 관심을 나타냈다는 내용이 있다. 글에 따르면 2008년 1월 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18차 전국프로그램경연 및 전시회에 참석해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원들이 개발한 번역 프로그램 ‘룡남산’을 시연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시연에 나선 이유는 이 프로그램 개발을 본인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번역 프로그램 필요성을 지적했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연구팀을 꾸리도록 했다는 것. 이에 따라 연구원들은 1년 이상 데이터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룡남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볼 때 2006년말이나 2007년초 김정일 위원장이 번역 프로그램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08년 1월 성과를 점검한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은 글에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 개발에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0월 29일 열린 24차 전국프로그램경영 및 전시회에서는 정보산업지도국 인공지능연구소라는 조직이 등장했다. 2013년 전문적인 인공지능 연구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공지능연구소는 북한 내부망(인트라넷)에서 바둑, 장기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류경오락장과 맞춤법 검사를 지원하는 조선말규범검사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

이후 2014년 8월 28일 노동신문은 인공지능 분야의 재능 있는 청년 과학자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의 김광혁 연구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번역 프로그램 연구로 2014년 김정일청년영예상을 수상했다. 인공지능 연구와 논문작성으로 룡남산 같은 번역 프로그램의 성능을 높였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공지능 스피커

딥러닝 연구와 인공지능 적용 확산 

북한 개발자들 역시 인공지능 분야 최신 기술을 연구, 도입하고 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진이 ‘2016년 김일성종합대학학보 제62권 8호’에 ‘음소음성인식에서 심층신뢰망을 이용한 한 가지 음향모형화 방법’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음성인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의 논문을 참고했다고 명시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06년 앞서 설명한 ‘알파고’에 적용된 딥러닝 개념을 창안한 인공지능 연구의 권위자다. 당시 북한 논문을 본 한국의 인공지능 전문가는 북한 연구진이 제프리 힌튼 교수가 연구한 내용을 따라하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에 적용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해외 최신 기술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것도 연구 방법 중 하나다. 

이후 2017년, 2018년 북한 논문들에서 딥러닝 기술들이 적용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났다.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7년 제63권 10호에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알루미늄 박판의 레이저 착공모의에 관한 논문이 수록됐다. 레이저로 금속을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을 때 레이저 강도와 각도 등을 최적화하는데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실질적인 제품들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2018년 11월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열린 29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과학연구원 정보기술연구소는 ‘지능고성기’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지능고성기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뜻한다. 당시 노동신문은 지적한 지능고성기가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해 TV, 선풍기 등을 조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구글, KT, SK텔레콤 등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유사한 개념이다. 북한판 알렉사?... 북한 음성인식 AI 스피커 개발

또 이 전시회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은 '매몰형극소형지문인식에 의한 지문인식' 기술도 소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위조지문을 97%까지 찾아내는 기술이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25일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평양국제비행장에 인공지능(AI) 기술에 기초해 만든 자동얼굴인식체계가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또 노동신문은 6월 23일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이 정보기술인재 양성 추세에 맞춰 프로그램공학부를 지능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공학부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이 인공지능기술이 정보산업에서 핵심기술이 되고 있는 것을 반영해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평양콤퓨터기술대, 프로그램공학부를 지능정보공학부로 전환

북한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 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은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환상적인 개념이 아니다”라며 “이런 기술이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이익만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부정적 후과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고 3월 21일 보도했다. 북한 로동신문 "인공지능 급격한 발전 부작용 우려”

이어 4월 29일 노동신문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공지능 무기개발의 규제 여부를 놓고 여러 나라 정부 대표 및 전문가들의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회의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술을 무기에 도입하는 것이 무책임하며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고 국제적 규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북한 “인공지능 살인로봇 국제적 우려”

기술 발전에 있어서 초기에는 이같은 우려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기술 연구가 활발하고 여러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에서 열린 로봇 축구대회

인공지능 개발 나선 기업들...북한도 AI가 국가 전략?

올해 북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백미는 2019년 11월 1일부터 7일까지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였다. 북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2019 개막...화두는 인공지능?

이 행사의 주제는 '수자경제와 정보화열풍'이었지만 사실상 주인공은 인공지능이었다. 전람회에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경연이 열려 북한 내 각 기관, 기업들이 얼굴인식프로그램, 음성인식프로그램, 문자인식프로그램, 기계번역프로그램, 지문인식프로그램, 차번호인식프로그램 등 분야에서 경쟁했다. 전람회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로봇 축구대회도 개최됐다. 북한은 로봇 축구대회를 계속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가한 북한 IT기업, 기관들은 그동안 개발한 인공지능 성과를 소개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 정보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정보기술연구소 4대 전략목표를 소개했다. 4대 전략 목표는 인공지능기술, 증강현실기술, 자율조종기술, 정보보안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첫 번째 전략목표로 소개된 것이다. 북한 IT기업 4대 전략은?...AI, AR, 자율조종, 정보보안 

정보기술연구소 관계자는 6개월 동안 인공지능을 이용한 얼굴인식 지능자동문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보기술연구소가 이번 행사에 얼굴인식기, 지능고성기, 화재감시기 등 5개의 인공지능 제품 등 총 10개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연구소가 출품한 제품 중 절반이 인공지능 관련 제품이었다.

행사에서는 평양정보기술국 관계자가 직접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평양정보기술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인공지능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 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단 두 곳 뿐 아니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해 북한 내 다른 기관, 기업, 연구소들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람회가 끝난 후 11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이 행사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에 기여”

이같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개별 기관이나 개인이 아니라 북한 당국 차원의 방침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수자경제 즉 디지털 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과학기술중시가 곧 수자중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수자경제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고 설명했다.  

로동신문은 11월 27일, 28일에 이어 29일에도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경제정보연구실 김성철 실장과 리일진 연구사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수자경제가 디지털 경제라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 북한 “수자경제는 Digital Economy”

그런데 11월 29일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성철 실장은 “수자경제발전은 수자기술과 망(네트워크)기술, 정보기술 등의 결합에 기초한 인공지능기술의 빠른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자경제발전에 인공지능 발전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북한 “수자(디지털)경제 발전 인공지능 발전으로 이뤄진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경제 분야의 생산경영방식을 혁신하는데서 핵심기술로 되고 있다”며 “이미 일부 나라와 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계획이 수립됐다. 어느 한 나라에서는 2016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종합적인 인공지능연구개발계획을 작성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인공지능발전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과학기술중시와 인재양성 두 가지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과학기술중시가 수자중시, 수자경제이며 다시 그 수자경제의 핵심이 인공지능 발전이라고 밝힌 것이다. 인공지능 발전이 큰 틀의 과학기술중시에 포함되며 즉 북한의 국가 전략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북한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발전하고 비약하는 현시대에 와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며“그것은 명백히 자료이다”라고 11월 1일 보도했다. 이어 로동신문은 “오늘날 자료를 떠나 모든 분야에서의 개선과 비약적인 발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전문가들은 현시대에 금이나 원유보다 더 비싼 자원은 다름 아닌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은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매체다. 여기서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가 금, 원유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로동당 차원의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가 금, 원유보다 중요”

북한이 강조하는 또 다른 전략이 교육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로동신문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교육을 결합시켜 교육부문에서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11월 12일 보도했다. 로동신문은 “국제적으로 AI와 교육 결합 활발”

로동신문은 오늘날 교육부문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교수방법이 부단히 혁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로동신문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과 결합된다면 교원이 과거의 지식전수자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업설계자가 돼 그들과 새로운 학습동반자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로동신문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교육이 인류사회 발전을 추동하는데서 보다 큰 잠재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 부문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20여년 동안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개발해왔다. 북한 연구원들은 해외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상 공정을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불량이 없도록 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연구, 개발, 적용은 개발 기업, 기관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과학기술중시 정책에 이미 인공지능이 포함돼 있다는 논리가 나왔고 로동당도 인공지능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남한 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인공지능 발전은 이미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북한은 남한 보다 훨씬 이전에 인공지능 국가 전략을 채택했을지도 모른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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