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n't South Korean IT companies prepare for unification?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알았다면 그랬겠나"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영화 속 대사의 주인공 염석진은 광복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과거 행동을 항변했다.

이것이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1945년 8월 15일 일왕이 항복 선언을 했을 때 조선에서는 해방이 된 줄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영화, 드라마에서 처럼 8월 15일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른 것이 아니라 8월 16일, 17일 시간이 지나면서 광복의 의미를 알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상황을 '해방이 도둑처럼 왔다'고 표현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는 그 만큼 조선 사람들이 광복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남북 관계 변화와 통일도 도둑처럼 올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북 관계가 진전될 수도 있고 또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찾아올지 모른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통일에 대해 준비를 잘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1945년 준비 없이 광복을 맞이한 대가는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와 분단으로 이어졌다.     

준비 없이 통일을 맞이한다면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물론 그때도 광복을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다.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이 있었고 국내에서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하던 여운형 선생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미약했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부족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광복 후 혼란이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통일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 그리고 기업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남북 통일이 되면 당연히 남한 기업들이 북한과 협력, 통일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그것은 감나무 아래서 입을 벌리고 누워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특히 우려가 되는 것은 IT, 과학기술 분야다. IT, 과학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국력이며 경제이며 사회 인프라다.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IT, 과학기술 강국이기 때문이며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IT, 과학기술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북 협력이나 통일 과정에서 IT, 과학기술 관련된 것들을 해외에 전부 뺏기면 그것은 사실상 제2의 신탁통치가 될 수 있다. 

NK경제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 다음이 일본이며 중국, 유럽 등에서도 본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보고 있다.

미국 본사의 IT 기업 관계자들이 NK경제에 연락을 해서 북한의 통신, 소프트웨어(SW)에 대해 문의한다. 어떤 관계자는 자신들 입장에서 NK경제가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며 계속 운영이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했다.

또 유럽의 대학 연구원들이 NK경제에 연락해서 북한의 인터넷, 컴퓨터 사용 현황에 대해 질문하고 일본의 IT전문가가 북한 휴대폰에 대해서 문의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들은 정보 수집을 넘어 북한 변화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북한 제재가 해제되거나 개방이 됐을 때 또 통일 논의가 진행될 때 남한보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가 아니라 중국 화웨이가 북한에 5G 장비를 공급할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미국 버라이즌이 북한 통신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아니라 중국 텐센트, 미국 구글이 북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물론 해외 기업들도 당연히 북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가 되고 남한이 보조하는 형식이 맞는 것일까? 최소한 동등하게 진출이 돼야 한다.

IT는 연쇄적으로 반응한다. IT 부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경제 부문에 큰 영향을 준다.

현재 기업활동, 생산은 물론 교육, 의료, 행정 등 IT가 관련 없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해외 IT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고 북한과 합작사를 만들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표준을 추진할 것이다.

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표준을 만들어 버리면 그 분야의 사업을 해당 기업이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다. 진입 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 IT 기업이 북한 금융IT와 결제시스템 구축을 주도한다면 금융 분야의 주도권을 미국 금융 기관들이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북한 내 통신, IT 인프라를 구축(또는 재구축)한다면 고속철 사업권도 가져갈 수 있다. 고속철 구축의 상당 부분이 고속철 통신과 IT인프라다.

또 사실상 IT 서비스가 돼 버린 물류, 유통 역시 어쩌면 미국, 중국 IT 기업들이 장악할 수 있다.   

남한 기업들은 기존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 IT 기업들과 타협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정이 기우일까? 경쟁입찰을 할 때 정보를 많이 아는 쪽이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입찰 참여자들은 발주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북한 IT, 과학기술 현황에 대해 잘 알고 그에 적합한 계획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과 아무것도 모르고 계획도 없으면서 민족을 내세우는 한국 기업이 있다.

북한이 어디와 손을 잡을까? 감성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경제의 동력은 상호 이익이지 감성이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서 할 일이 없어서 북한 IT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NK경제에 연락하고 문의를 하겠는가. 그들은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다. 

반면 남한에서는 북한 IT,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 연구 등에 대해서 무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 IT 정보는 필요없다고 비웃기도 한다. 또 어떤 기업들은 엉뚱한 짓을 한다고 비난하거나 담을 쌓고 북한 IT, 과학 정보를 알아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손가락으로 스스로의 눈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남한 IT 기업들은 남북 협력,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IT 기업들이 너무나 많다.

설령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 내에서도 대북 사업 부서와 담당자들에 대해 당장 생산성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통일의 시기가 다가오면 그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년 또는 수십년을 준비한 기업과 수개월 준비한 기업의 정보와 계획이 같을 수 있을까?

그 때 전문가들을 부르면 된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분야나 사회적 관심이 없어지면 전문가들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인재는 사라진다.

설명 전문가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도 사람이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웃으며 도움을 요청할 때 흔쾌히 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준비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은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다. 통일의 주인공이 남한이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이 될지도 모른다.   

남북 협력이 가속화되고 통일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아무런 준비도 못한 한국 기업들은 무슨 이야길 할까? 

미래를 준비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는 주주, 직원, 고객들의 질책에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는 무슨 말을 할까? 

영화 암살 속 염석진 처럼 대답하지 않을까? "몰랐으니까. 통일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알았다면 그랬겠나"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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