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NK경제 독자 여러분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모두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NK경제의 기사 작성 원칙을 밝히기 위해서 입니다.

2020년 4월 21일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병설이었습니다.

일부 국내외 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위중한 상태다'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수많은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전했고 온라인에서는 각종 설이 난무했습니다.

NK경제에도 많은 독자님, 취재원분들이 이와 관련해 문의를 주셨습니다.

NK경제는 김정은 위원장 중병설에 대해 기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기사를 쓰지 않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매체의 기사를 베껴서 게재하는 것은 단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NK경제가 아직까지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는 사실 확인, 일명 팩트 체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자와 언론사는 100건의 특종을 내보내는 것보다 1건의 오보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건의 특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1건의 오보 역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독자들에게 제공된다면 세상이 혼란해지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물론 이번 사안과 관련된 일부 정보를 NK경제도 조사,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것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쓴다면 그것은 오보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쓰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이번 사안이 정확히 확인된다면 늦게라도 기사를 쓸 것입니다.  

NK경제는 창간했을 때부터 독자님들에게 명확히 확인된 사실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NK경제 기사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대부분의 NK경제 기사는 근거와 출처가 명확합니다.

기사에 통일부가 발표한 내용인지,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내용인지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기사가 북한 어떤 논문이나 책자에 기반한 것인지, 어느 북한 매체에서 보도한 것인지 반드시 내용을 넣습니다.

취재원들을 통해서 확보하는 구두 정보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로 들은 정보도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합니다. 중요한 사안은 크로스체크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크로스체크는 전혀 다른 2개의 루트로 정보를 확보하거나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인을 한 내용만 기사로 송출합니다.

기사에 대북 소식통이나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확인에 도움을 준 취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또 문건과 증거를 확보해서 사실이 명확하지만 그 증거를 공개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증거를 공개하면 취재원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소식통이나 관계자로 표현을 합니다. 

이처럼 NK경제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말을 들었다고 해서 기사로 바로 쓰는 것이 아닙니다.

NK경제 기자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정보가 들어옵니다. NK경제가 확인 없이 그런 내용을 전부 기사화했다면 아마 매일 '단독', '특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많은 기사가 나갔을 겁니다.

NK경제는 확보한 정보가 있어도 정확히 확인이 안 되면 쓰지 않습니다. 때문에 파악은 하고는 있지만 기사로 나가지 않은 내용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80% 이상 유력하지만 최종 확인이 안 돼 기사로 쓰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폐쇄적이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취재하는 국내외 기자들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오보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북한 관련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남한에서 단순히 기업이나 정부 부처를 취재하다가 바로 홍보실이나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1건의 사실 확인을 위해 많은 전문가, 관계자들에게 확인을 하고 또 기사, 논문, 사진, 영상 등을 계속 확인하면서 퍼즐을 맞춰야 합니다. 어떤 퍼즐을 맞추는데 몇개월, 몇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일부 기자들과 언론사들은 북한 기사를 지르고 봅니다. 취재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확인 없이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런 기사는 특종이 됩니다. 또 북한 정보를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내용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유혹에 빠져 북한 기사를 소설처럼 쓰는 곳들도 있습니다.

NK경제도 이런 유혹을 받습니다. 그렇게 하면 작은 언론사로써 기사 조회수를 크게 늘리고 매체 이름도 알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북한 IT분야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고 확인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는, 기자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존재 가치입니다. 

수백 건의 속보와 확인되지 않은 단독, 특종 기사가 언론사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단 1건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언론사의 경쟁력입니다.

NK경제는 늦더라도, 특종을 놓치더라도 언론사로써 원칙을 지키며 정확히 확인된 기사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것은 속보 경쟁과 베껴쓰기가 만연한 한국 언론 상황에서 바보같은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NK경제는 바보의 길을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한 언론인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 당장 뿐만 아니라 5년, 10년 뒤에 다시 봤을 때도 사람들이 '이 기사는 진짜 믿을 수 있다'고 말하며 믿고 참고할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써야한다고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그런 경지에 이르기에는 NK경제가 아직 부족하고 미흡한 것이 많습니다. NK경제 역시 많은 실수를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NK경제는 세월이 지나 이 땅의 후손들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K경제 구성원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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