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법원이 국군포로에 대해 북한이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7월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A씨 등 2100만원을 배상하라고 7월 7일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A씨 등은 2016년 10월 국군포로로 북한에 체류할 당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NK경제가 입수한 법원 서류에 따르면 법원은 원고들이 불법 행위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입은 바 피고인 북한을 비법인 사단에 준용되는 민법 조항에 따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판결한 위자료는 각 2100만원인데 여기에 연 이자율이 계산돼 실제 배상금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번 소송 비용 역시 피고인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해 남한 정부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 기록을 보면 이번 재판과 관련해 2016년 11월 9일 이북5도위원회가 사실조회회신서를 제출했다.

또 2017년 1월 19일 국가정보원 사실조회회신서 제출, 2017년 2월 3일 통일부 사실조회회신서 제출, 2019년 11월 5일 국가정보원 사실조회회신서 제출, 2019년 12월 16일 국방부 사실조회회신서 제출, 2020년 1월 22일 국가정보원 의견서 제출 등의 기록이 남아있다.

즉 통일부,국정원, 국방부, 이북5도위원회 등에서 이번 재판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에도 국정원, 국방부 등의 사실조회회신서 제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때 현 정권도 이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국군포로들 뿐 아니라 북한과 관련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연이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원고가 현실적으로 북한으로부터 직접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과 관련된 거래와 연계할 수 있다. 북한 방송, 뉴스 등에 대한 제휴, 저작권 대금을 판결에서 승소한 사람들이 압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남북 협력 과정에서 북한에 지급해야할 돈을 배상금으로 받으려고 할수도 있고, 북한을 방문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사망한 웜비어 부모의 사례처럼 해외 북한 자산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판결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남한 정부는 법원이 독립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남한 정부는 이미 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남한 법원은 북한을 비법인 사단에 준용한다고 판결하고 판결정본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법원을 직접 방문해 찾아가라고 공시했다.

비법인사단은 일정한 목적에 따라 결성되었으나 법인격을 갖추지 않은 조직, 모임을 뜻한다. 사단 법인이 될 수 없는 학회, 동아리, 동창회, 친목회 등과 향후 사단 법인이 될 예정이지만 아직 등기 절차를 마치지 않은 단체 등을 지칭한다.

북한 입장에서 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상황이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주민들을 내세워 6.25 전쟁 당시 민간인 피해, 비전향 장기수 등과 관련해 남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남한 정부 차원에서는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에 관여할 경우 사법농단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 정부는 전 정부의 일본 배상 판결과 관련한 개입을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었다.

남한 정부가 북한을 대신해 우선 배상하기도 어렵다. 이 경우 국민 세금으로 배상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남한 정부가 직접 배상 문제에 개입할 경우 일본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남한 정부가 나서서 피해 보상을 해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한 정부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북한을 이해시는 것도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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