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과 국회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평화체제와 조약 체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과 종전 선언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과 국회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해 “평화체제나 평화조약체결은 한국이 북한과 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보수 쪽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다음에 보수 대통령이 나오면 다시 회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 관계는 외교정책의 큰 전환점이며 혁명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에서 41%를 득표했는데 그런 조치를 할 만큼 득표가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또 대통령 지지율이 80%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남북 관계가) 더 나가려면 보수 쪽 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가면서 대북 정책이 바뀐 것을 예로 들어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않을 경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다음에 보수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다시 회귀할 수 있다. 2007년 햇볕정책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려졌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향후 진보, 보수 어느 쪽이 집권을 해도 바뀌지 않도록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의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한국 사회에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북한 그리고 평화체제, 조약 등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을 현실로 인정하고 평화조약을 맺어 호전성을 완화시키자 주장한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남북이 공존하면서 유럽이나 중국-마카오처럼 살아갈 수 있으며 새로운 평화체제와 조약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이 기본적으로 평화조약을 맺으면 분단이 고착화 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두 개 나라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전체주의 정권이기 때문에 대화를 해도 안 되며 단순히 평화조약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한국 안보에 관심없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정권을 정당화해줄 것인지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미국의 조약체결이 북한 정권을 정당화해줄 수 있으며 북한과 조약을 맺으면 북한에게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오바마나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면 평화조약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정당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것이 큰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의외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한국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가서 한 것은 준비해 간 글을 읽고 김정은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 전부다”라며 “준비도 시간도 할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군사 훈련도 투자로 본 것이 그렇다. 그는 한국의 안보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이 미국과 관계를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좋지 않다. 한국을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3개의 강대국이 둘러싸고 있다”며 “미국과 우호적 관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미국과 관계는 운신의 폭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정치외교 분야 전문가인 로버트 켈리 교수는 부산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2017년 3월 BBC 인터뷰 도중 딸과 아들이 난입하는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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