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할까요? 또 외국인에게 한글을 어떻게 가르칠까요? 그래서 NK경제가 해봤습니다.

북한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발행한 '쉽게 배울수 있는 조선어'을 구했습니다. 이 자료는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발행된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교재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거꾸로 보면 영어를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책은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글 자음, 모음 발음법이 소개돼 있고 쓰고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 'ㄴ'의 경우 pen에서 n을 발음하는 것처럼 발음하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발음을 상당히 자세히 설명합니다. 'ㄸ'의 경우 스페인 단어 tobacco에서의 t처럼 발음하라고 적혀있습니다.

'한글:웬간하다 발음:wenganhada 영어:passable' 처럼 예시 문구가 있어서 따라하기 좋습니다.

내용을 읽고 따라해보면서 영어와 국어를 함께 배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사부터 생활에 필요한 회화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한글과 발음, 영문이 함께 게재 돼 있습니다.

일부 표현은 북한식으로 남한 사람이 봤을 때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친선을 위하여 마십시다. chinsŏn-ŭl wihayo masipsida. Let’s drink to our friendship.' 이렇게 남한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도 있습니다. 

'동무는 몇살입니까? tongmunŭn myŏt-salimnikka? How old are you?' 여기서도 '동무는'이라는 발음이 적혀있습니다.

발음은 북한식에 딱 맞춰서 적혀있습니다. 외국인이 이를 그대로 따라면 북한 사람의 말투가 될 것 같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는 Language Tip이라고 해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나 문법에 관한 내용도 나옵니다.

북한 교재는 영국 사람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남한 등에서 미국 사람을 예시로 드는 것과 또 다른 점입니다.

북한에서 사람을 호칭라는 영문 표현과 관련해 동무, 동지, 선생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내용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분》 bun 조선어에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불완전한 단어들이 있다. 사람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전혀 못 쓰이고 반드시 《이, 그, 저》 또는 규정하는 단어가 와야 쓰이는 불완전한 단어이다. 《분》과 같은 뜻으로 《이》는 존경하는 사람일 때, 《자》는 멸시하거나 증오할 때 《놈》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 분과 그 놈이 어떻게 쓰임이 다른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재에는 사과의 표현이 13개나 담겨있습니다. 또 상대방을 걱정하거나 축하하는 표현도 많습니다. 예의범절을 따지는 문화적 속성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 호칭이나 북한식 표현을 제외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반 한글-영어, 영어-한글 교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주로 생활 영어, 회화 등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재 내용의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 초보자용 교재로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오히려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샀던 영어책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지를 방문하면서 딱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 말입니다. 북한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유용한 교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영어 표현들과 문장을 다시 연습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크게 좋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어 보다 오히려 북한말(?) 구사 능력이 향상된 것 같습니다.  

영어 교재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책을 집필한 분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진심으로 되는 인사를 모두에게 전해주십시오!
na-ŭi jinsim-ŭro toenŭn insarŭl modu-ege jŏnhaejusipsio!
Give everyone my kind regards!"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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