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밝았다. 올해는 격동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남과 북 모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또 북한은 곧 당 8차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진행한 당 7차 대회를 결산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남북 관계도 엉망인 상황이다. 평화와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화 조차 단절된 상태다. 

필자는 격동의 시기에 새로운 남북 간 화해, 협력의 해법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해법은 남과 북이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이다.

남과 북은 지난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의 화해와 공존, 통일,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당시 남한 정부는 물론 현재까지도 남북 관계의 토대가 되고 있다.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는 말 그대로 IT와 사이버공간에서의 남북 화해, 공존, 협력, 통일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가 필요할까? 이미 전 세계는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됐다. 과거의 IT는 기술을 의미했지만 그것이 사회, 경제, 문화, 생활에 녹아들면서 이제는 모든 것이 IT가 됐다.

남한 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휴대폰 사용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기업에서 또 학교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디지털경제를 의미하는 수자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지만 남북 협력에 관한 내용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면 2018년 평양 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은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합의에 사이버공간, 온라인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모호했다. 

또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고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화상으로 원격회의를 한다. 그런데 남북 관계와 관련된 합의에는 이런 내용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됐다. 현재 남북 관계자들도 코로나19로 인해 함부로 대면 접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는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 확산을 촉진시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처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 합의서에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상호 적대 행위 중지, IT기술의 평화적 활용, IT기술을 이용한 남북 교류 협력 등이 포함돼야 한다.

남한에서 북한 IT에 관해 이야길하면 제기되는 것이 북한의 해킹 위협이다. 그런데 북한 역시 한국 등 외부세력으로 부터 해킹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첫 번째로 남북은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약속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런 약속이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른다. 또 약속을 하고 몰래 해킹을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해킹 사고가 터진 후 북한의 소행이라고 외치는 것이 해법일까?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를 채택한다면 이것을 위반했을 때 합의서를 기반으로 항의하고 공동 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는 사이버안전에 관한 명분을 세워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해킹 의혹이 억울하다면 약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약속으로 북한은 사이버공간에서의 평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두 번째로 IT기술의 평화적 활용도 약속해야 한다. 현재는 핵무기, 재래식 무기에 대한 위협을 이야기하지만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이 새로운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은 운용자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모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남북 상호 간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의 평화적 활용에 대한 협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합의를 통해 남북 상호 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남북 IT 협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세 번째로 IT를 기반으로 한 남북 협력 추진에 관한 합의다.

우선 남북 경제협력의 패러다임을 남북 디지털 경제협력으로 바꿀 수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수자화(디지털화), 수자(디지털)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남한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IT강국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라고 해서 소프트웨어(SW) 개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농업 협력의 경우 스마트팜을 만들 수 있고 제조 부문에서 스마트공장을 만들 수 있다. 문화예술 부문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하고 교육에서 원격교육으로 협력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다. 

IT를 기반으로 한 남북 협력 추진을 위해 사이버 '통일의 집(가칭)' 설립을 남북이 약속할 수 있다. 통일의 집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즉 사이버공간의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요구하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

차라리 사이버 통일의 집을 만들어 소통을 하자. 남북이 운영 문제나 보안 등을 우려한다면 스웨덴, 스위스 등 제3 중립국에 도움을 받아서 서버를 운영할 수 있다.

통일의 집은 남북 소통의 플랫폼이다. 남과 북의 당국자들이 필요한 경우 통일의 집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고 화상으로 연락하고 논의할 수 있다.

나아가 통일의 집은 남북 교류 협력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남북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국민들이 간단히 가입, 로그인하고 클릭으로 신고한 후 북한 관계자들에 이메일을 보내고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 모든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

통일의 집은 우선은 남북 담당기관 관계자들을 시작으로 점차 각 정부 부처,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기업 및 연구소, 대학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긍극적으로는 국민들 누구나 통일의 집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남과 북이 우선 비대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실제로 만나자.

남북 두 정상이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디지털기본합의서 채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디지털기본합의서 발표되고 잘 지켜진다면 필자는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행여나 이를 정치적인 '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디지털공동선언'이 아니라 '디지털기본합의서'를 언급한 것은 남북 기본합의서처럼 정권에 상관없이 남북 관계의 토대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를 마련하고 추진하는데 청와대, 정부, 여당만 참여해서는 안 된다. 야당과 전문가들 그리고 국민들과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 추진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안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북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대에 남북 디지털기본합의서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아보자.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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