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종합대학 논문이 중국이 주도하고 한국 등 8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자를 북한이 받은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논문은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에 대해서는 반감을 나타냈지만 AIIB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3월 2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이 발간한 학보 경제학 2020년 제66권 제2호에 ‘현시기 국제금융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와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도’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은 “날로 노골화되는 제국주의자들의 금융제재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국제금융시장에 주동적으로 진출해 금융활동을 공세적으로 벌리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관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며 “오늘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설정됐던 국제금융관계가 발전도상 나라들과 자체의 발전을 이룩하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지역적 협조와 연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은 국제금융관계에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논문이 지적한 변화는 미국 등이 주도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에 대응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설립되면서 국제금융구조가 다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국제금융 관계에서 일어난 변화는 지역적 및 지역사이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지역적 금융기구들이 출현한 것이다”라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적 금융기구들은 아시아하부구조투자은행과 브릭스개발은행이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두 은행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아시아하부구조투자은행(AIIB)이 아시아 지역 나라들의 하부구조부문에 대한 대부 및 투자를 목적으로 2015년 12월에 창설된 지역적 국제금융기구라는 것이다. 논문은 AIIBrk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교통, 에너지 자원, 통신 등의 인프라 부문에 대한 대부, 주식투자 및 담보제공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이 기구가 2013년에 중국이 제안해 여러 나라와의 합의하에 2015년 말에 창설돼 2016년 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고 중국, 인도 등 아시아와 중동, 유럽나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AIIB에는 중국 뿐 아니라 남한,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8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홈페이지

또 논문은 브릭스(BRICS)개발은행이 2015년 7월 21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해 국제금융기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은 “국제금융기구들이 제국주의자들의 금융제재 책동에 편승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진보적인 나라들을 금융적 연계에서 차단시키고 압박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국제금융기구들의 침략성, 약탈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를 완전히 대신할 만한 금융기구나 국제통화가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연구원들은 대안으로 AIIB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문은 “AIIB나 브릭스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은 자원 개발과 하부구조수립에 주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북한에는 이런 금융기구들의 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경제적 조건들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그 근거로 북한이 외국투자가들에게 유리한 투자환경과 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20여건의 외국투자관련법과 100여건의 시행규정세칙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논문은 북한이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무역지대 등 여러 경제 지역을 특혜적인 무역 및 중계수송과 수출가공, 서비스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적인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경제무역지대건설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역적금융기구들과의 협조를 잘 진행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자금을 받아 들여 효과적으로 이용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IMF와 세계은행에 대해 제국주의자들의 금융적 지배와 약탈의 도구로 이용됐다고 비난했지만 AIIB와 브릭스개발은행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투자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AIIB의 경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회원으로 참여해야 하는 만큼 북한이 향후 AIIB 참여를 타진할지 주목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 독자님들의 뉴스레터 신청(<-여기를 눌러 주세요)이 NK경제에 큰 힘이 됩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NK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