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언급했다.

필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의도에 동의하지 않으며, 대안 없는 통일부 폐지에도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부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통일부 폐지론이 왜 나왔는지 현 정부와 통일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통일부 폐지론이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런데 통일부 폐지론과 관련된 기사들의 댓글을 보면 통일부 폐지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국민들 뿐 아니라 필자가 만난 전문가, 대북 사업가들 중에서도 통일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다른 부처 공무원들까지 통일부를 비판한다.  

필자는 이미 1년 6개월 전 통일부가 변하지 않으면 폐지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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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만난 A박사는 통일부와 관련된 일화를 이야기했다. 원래 다른 분야에서 연구하던 A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남북 협력의 관점에서 연구하기 위해 통일부 관계자를 찾아가서 의견을 묻고 자료 등에 대한 문의했다고 한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좋은 연구라고 하면서도 자신이나 통일부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알아서 잘 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A박사는 통일부 관계자와 연락한 적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일화는 통일부의 복지부동과 무책임, 비밀주의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비단 A박사 뿐 아니라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거시적, 정책적으로 봤을 때도 통일부에는 문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김정은 총비서 사망설에 대한 대응이다.

2020년 4월 김정은 총비서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보도를 하고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결국 김정은 총비서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사망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것은 통일부가 무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일부가 사실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 사망설을 보도한 언론들은 대부분 통일부 출입기자단에 소속된 매체들이었다. 통일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혼란을 조기에 수습했을 것이다. 이런 오보의 확산은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당시 북한이 통일부의 대응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2018년 남북 화해 국면에서도 통일부의 역할에 아쉬움이 크다. 국민들은 남북 정상회담 등의 추진을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이 주도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통일부 관계자들이 열심히 일했겠지만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2018년 남북 화해 국면 속에서 통일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한다. 남북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2019년 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로 통일부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졌다.

통일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최근 북한에서 성명이나 입장을 발표하면 그에 통일부가 응답하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통일부가 북한에 끌려다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먼저 통일부가 제안하고 남북 이슈를 왜 주도하지 못하는가. 예를 들어 통일부가 북한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 정보, 치료, 예방을 위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자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것이다. 이런 것은 대북 제재에 대상이 아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등의 교환을 마냥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비해 남북이 기상 관련 데이터를 서로 교환하는 방안도 제의할 수 있다. 이것은 남한의 재난재해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일부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응답하면 그에 맞춰서 대응하고, 거부한다면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통일부는 야당은 물론 보수층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 남한에서의 의견도 통일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과 화합하고 통일을 할 수 있겠는가?

야당도 보수층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도 통일부의 정책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 통일부는 최대한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는 과거에 모 부처의 차관급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고위 공무원임에도 고개 숙이며 부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 야당 의원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여당 보다 야당 의원에게 더 찾아가서 설명하며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찬성을 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도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고 해서 조용히 있겠다고 하면 그것이 복지부동이다.

통일부의 장관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모두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한다면 통일부에 대한 시선도 바뀔 것이다.  

또 통일부는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일부는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가 아니다.

통일부는 공개 가능한 북한 관련 정보, 남북 협력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정보를 개방해야 전문가들이 연구를 하고 기업들이 남북 협력을 준비할 수 있다.

통일부 홈페이지에는 보도자료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보도자료들은 행사, 이벤트, 인턴모집 등에 관한 것이다. 

주요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일부 언론에 통일부 관계자, 통일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고 해서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들이 출입기자들을 모아서 또는 몇명을 불러서 남북 관계, 북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은 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이라고 나오는 내용은 최소화하고 대부분 내용은 문서 또는 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국민들이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할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수차례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통일부를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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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화를 낸 관계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연히 비판은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또 없는 자리에서는 임금님도 욕한다는 속담이 있다.

필자는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것이 두려웠다면 현 정부와 통일부를 찬양하는 글만 썼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바라는 것은 통일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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