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에 면담 자리 마련해달라고 요청"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부터)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영남 상임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9일 평양에서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18일 방북해 북한 인사들과의 면담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석자 숫자 문제였다고 변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18일 환영 연회장에서 김정은 북한 로동당 위원장에게 다시 면담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19일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19일 평양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를 만나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 그래서 당 대표 3명하고 그들하고 분리해야 하는데, 당 대표들만 따로 만나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게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어제 우리 쪽이 불발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안보실장만이 참석하면서 다른 장관들과 일정을 조율하느라 면담을 못했다는 것.

앞서 18일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북한 관계자들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면담 장소에 약 1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북한 관계자들은 면담을 취소하고 돌아갔다. 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정상회담장) 안에는 정의용 실장하고 서훈 원장만 들어가고, 나머지 장관들하고, 서울시장하고 강원도지사가 이쪽으로 합류를 했다. 숫자가 많으니까, 우리 (당대표) 세 명은 따로 만날 것이니까, 조절을 했어야 되는데 그게 조절이 안 됐다. (주제가) 산만해지니까 별도로 하려고 했는데, 별도로 만나는 스케줄이 안 잡혀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변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배석자들은 사전에 조율이 되고 나머지 대통령 수행원들의 일정이 각각 잡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참석자 이외에 특별수행원인 장관들은 18일 오후 김영남 위원장을 면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인들은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만나고 이해찬 대표 등 3당 대표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접견할 것이라고 공지됐다. 이에 맞춰 북한 인사들이 준비를 했고 한국 기자들 역시 각 행사장 마다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장관들은 김영남 위원장은 18일 면담했다. 장관들의 합류로 혼선이 발생했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이 무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해찬 대표가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기로 고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면담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어제 연회장에서 이렇게 됐는데 오늘 면담을 해야 된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당연히 하셔야 된다’고 그 즉석에서 김영철 통일전선 부장에게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면담에 불참하고 다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는 외교적으로 결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해찬 대표는 19일 기자에게 면담 펑크에 대해 해명을 하면서도 북한 측이나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9일 오전 9시50분 그토록 원했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을 면담했다.

면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6.15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잘 나가다가 그만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아주 남북관계 단절이 돼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며 “이제 저희가 다시 집권을 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좋은 기회가 다시 왔는데, 제 마음은 남북관계가 아주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이번에는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한국 정당 대표들은 남북 국회 회담과 내년 3.1절 100주년 공동 행사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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