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북한이 올해 주민들의 남한 용어 사용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명확한 실체는 베일에 쌓여있는 상황이다. 

NK경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문화어(북한 표준어) 사용을 위해 올해 상반기 배포한 내부 문건을 단독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어떤 말이 문제가 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대체하는 용어는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정확히 담겨있다.

NK경제가 입수한 북한 내부 문건은 '괴뢰말찌꺼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남한 용어, 남한식 말투가 괴뢰말찌꺼기라는 것이다. 그만큼 해당 용어를 쓰지 말라는 의미로 보인다.

그리고 문건은 예시와 북한 입장에서 바른 표현이 비교, 해설돼 있었다.

문건은 전체적으로 북한의 표준어를 사용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식 문법상 'ㄴ'을 'ㄹ'로 'ㅇ'을 'ㄹ'로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남색'을 쓰지말고 '람색'을 써야 하며 '연어'의 바른 표현이 '련어'라고 설명했다.

남한의 한자 단어를 순한글로 쓰도록 한 내용도 있었다. '차질'을 '틀어지는 것'으로, '상이군인'을 '부상당한 군인'으로, '수교'는 '외교관계수립'으로 한글로 풀어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용 중에는 남한식 표현의 경계하고 사용하지 말도록 하는 예시도 있었다. Computer의 경우 남한식 표현인 '컴퓨터'가 괴뢰말찌꺼기라며 북한식 표현인 '콤퓨터'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전부터 콤퓨터를 표준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과거 IT기관명도 '조선콤퓨터쎈터'였다.

북한이 컴퓨터, 콤퓨터를 언급한 만큼 다른 IT용어도 남한식 표기를 금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프로그램'은 '프로그람', '소프트웨어'는 '쏘프트웨어', '빅데이터'는 '대자료분석', '클라우드 컴퓨팅'는 '구름계산'으로 지칭하고 있다.

또 '정상회담'을 북한식으로 '최고위급회담'으로 '휴전선'은 '분계선'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남한에 최근 알려진 사안도 담겨있었다. 문건은 부부 간에 '오빠'라고 부리는 것은 괴뢰말이라며 '여보'가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남한에서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리는 경우가 있고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남한에서도 남편을 오빠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며 부부 사이의 호칭은 여보가 맞다.

또 북한 문건은 '남친'이 아니라 '남동무', '녀친'이 아니라 '녀동무'라고 불러야 한다며 남한식 표현을 경계했다.

북한 당국은 남한에서도 표준어가 아니라 비속어로 쓰이는 '잼나다(재미나다)', '찐구(친구)', '쪽팔이다(창피하다)'를 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용어는 남한 젊은 층에서 사용하는 말로 비표준어다. 북한이 이런 내용을 지적한 것으로 볼 때 북한 내에서도 이런 말들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기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채택한 바 있다. 이후 특히 올해 남한의 문화콘텐츠를 접하는 것 또 남한식 말을 사용하는 것을 단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어떤 말을 써야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으로 볼 때 북한은 북한 표준어인 문화어를 철저히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남한식 표현이나 한자어, 비속어, 비표준어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의 자체 표준어 지키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와 관련된 처벌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 표준어 사용을 요구하고 단속하는 것은 맞지만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대북 소식통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남한, 해외 언론에서는 북한 당국의 이런 조치와 관련해 최대 사형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다른 소식통들은 처형 등은 과장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직 정확한 처벌 수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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