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통일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으로 고조되고 있는 여야 좌우 정치권의 대립이 통일부 장관 해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31일 자유한국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아직 국회 계류 중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강행하여 헌법상 국회의 조약 비준동의권을 침탈했다”며 “그는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에 남북협력기금 97억 원을 사후심의·의결로 투입해 입법부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해 혈세를 부정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은 북한이탈주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조 장관의 행동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런 이유 외에도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핀잔 논란이 해임건의안 제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30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9월 평양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한국 경제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평양에 가서 우리 경제인들 데리고 가서 그야말로 평양냉면 굴욕사건이라도 될 만한 겁박을 듣게 하고 이게 과연 정상적인가”라며 “경제인들을 데려가서 그 정도의 모욕적인 언사를 듣게 했으면 거기에 대해서 청와대가 반드시 사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서 뛰는 모든 사람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통일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자유한국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과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로 정치권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30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하기도 바쁜 기업인을 정치적 행사까지 동원하고 공개 망신까지 당하게 만든 것”이라며 “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들이 북한으로부터 몰상식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바른미래당은 “정부는 이 위원장의 독특한 화법이라며 비호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를 넘는 결례에도 말 한마디 못하는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비판

반면 3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기어이 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세계의 시선이 쏠려있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제1야당이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맡겨야할 사소한 점까지 일일이 트집을 잡아 중차대한 시기에 통일부장관 끌어내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3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며 “지금 자유한국당이 해야 할 일은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에 대한 초당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지 화풀이 하듯이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리선권 위원장 발언과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의 문제 이면에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한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남북 관계 진전 등을 명분으로 야당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은 반대, 신중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자유한국당이 계속 반대할 명분이 줄어들고 있다. 계속 반대를 하다가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의 실책이 자유한국당의 동아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해임결의안 논쟁으로 시간을 끌면서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를 미룰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어떻게 이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정쟁을 계속 벌일 경우 판문점 선언 비준은 물론 대북 정책 추진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통일부 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하고 정면 돌파할 수도 있지만 통일부 장관 청문회 등을 거치는 동안 대북 정책의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설득하는 것이 해법이지만 해임건의안 철회를 유도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여야, 좌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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