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도와준다는 시선이 아니라 네가 잘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마음을 가져주십시오.” “지금은 사업을 배우고 있지만 향후에는 남한 사람이든, 북한 사람이든 사업 경험을 공유하고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창업을 한 북한이탈주민들과 사회적 기업, 단체들이 북한이탈주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은 한국 기업, 단체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협력적인 입장에서 성장하고 다시 그 과실을 다른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비영리 사단법인이자 사회적 기업인 더 브릿지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중구구민회관 소강당에서 ‘통일의 브릿지, 탈북민 창업가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더 브릿지는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대표들을 초청해 진솔할 이야기를 듣고 더 브릿지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행사에는 중국 무역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진성 카이정물류 대표와 건어물 짝태를 판매하고 있는 이대성 유진유통 대표가 참석했다.

유 대표는 한국에 온 후 배달 서비스부터 제조업 근무, 커피숍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본인이 진짜 잘 할 수 있을 일을 찾다가 중국과 무역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회사는 중국의 물품을 한국에 들여오고 한국의 물품을 중국에 판매하며 중개 역할도 수행한다. 소형 가전제품, IT기기 등이 대상이다. 카이정물류에는 한국인, 중국인, 중국동포 등 다국적 인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 모여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작은 통일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대성 유진유통 대표 역시 한국에 온 후 다양한 일을 하다가 과거 수산물 가공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짝태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짝태는 북한에서 인기있는 건어물로 완전 건조되기 전에 소금을 뿌려 말리는 것이 특징으로 짭짜름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몸을 쓰는 일도 하고 기자도 했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속에서 뭐가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과거 수산물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중국에서 짝태를 받아와서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며 “호프집을 하면서 짝태가 팔릴 수 있을지 시험해봤다. 초창기에 짝태를 아는 한국 사람이 10%도 안됐는데 시식을 해보면 짝태가 먹태, 황태를 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잠재적으로 큰 시장이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남한에서 25% 정도 인지도가 생겼다고 본다. 사업에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더 브릿지 등의 지원으로 구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짝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70% 이상의 구글 직원들이 이 대표의 짝태가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사회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 사회의 편견이었다고 한다. 유 대표는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녔는데 돈은 많이 받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며 “직장 동료들이 뒤에서 험담을 하고 북한에서 왔다고 놀릴 때 너무 힘들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왜 그럴까 원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대상하는데 북한사람, 중국사람 등 많은 사람을 만나봤는데 뒤통수 맞은 것은 한국 사람이었다”며 “아직도 앞에서 웃는 사람하고 대화할 때는 뒤가 꺼림칙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시선과 편견 그리고 이익을 위해서만 응대하는 태도가 북한이탈주민들로 하여금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창업을 선택한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채용과 창업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배우는 입장이지만 전문가가 되면 북한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사업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 역시 일방적으로 지원을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지 지켜봐주길 바라며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자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자로써의 협력...생태계 조성 지원

더 브릿지, 통일과나눔 등은 두 대표의 회사를 비롯해 4개의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 아산재단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 기관들은 스타트업들에게 마케팅, 사업화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더 브릿지는 한 발 더 나아가 카이정물류, 유진유통과 크라우드 펀딩을 22일부터 시작했다. 이 펀딩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다. 

황진솔 더 브릿지 대표는 “우리가 하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하고 다시 원금을 회수하면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개념이다”라며 “창업가들을 신뢰하고 자립을 믿고 있다. 이는 투자 방식의 기부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카이정물류, 유진유통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돈을 벌어서 원금을 더 브릿지에 제공하면 더 브릿지는 다시 이 자금을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등에 제공하는 것이다.

황진솔 대표는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제품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으로 브랜드를 달고 상품을 판매하고 온라인 쇼핑몰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또 “내년에도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기획할 것이다. 내년에는 실제 북한이탈주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성장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유진성 대표와 이대성 대표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북한이탈주민 창업 지원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향후 통일 시대에 창업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유진성 카이정물류 대표

작은 통일을 만드는 장마당세대 탈북민 청년!  https://www.thebridgetogether.com/Project/Details/3125

 

<크라우드 펀딩> 이대성 유진유통 대표

먹거리로 실천하는 작은 통일, 짝태 한 번 드셔보아요!   https://www.thebridgetogether.com/Project/Details/3123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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