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가

 

글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 

 

1. 세기의 담판, 해피 엔딩으로 끝나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동안 적대 관계가 지속되었던 두 나라가 화해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었다.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수 차례 악수를 나누었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안전담보와 비핵화를 교환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수는 없다. 공동 성명의 핵심 키워드는 ‘포괄적이고 심도있고 솔직한(comprehensive, in-depth and sincere) 의견 교환’, ‘호상 신뢰 구축’,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긴장상태와 적대관계의 해소’이다. 

‘포괄적이고 심도있고 솔직한 의견 교환’은 북미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의제들이 논의됐고 여기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의견교환과 이후에 나오게 될 후속 조치들은 두 정상 그리고 두 나라의 ‘호상 신뢰’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 ‘긴장 상태와 적대관계’가 해소된다.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 경로를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수십억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세기의 담판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공동성명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북미 관계 -> 한반도 평화 -> 한반도 비핵화’라는 새로운 로드맵이 합의됐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과거의 로드맵을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로 이어지는 과거 미국 정부의 패턴과 정반대되는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 내의 수많은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의 합의들이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로드맵은 성공할 수 있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2. 싱가포르 합의는 이미 이행 중

따라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핵심 합의 사항은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한미 군사연습을 ‘워 게임’이었고, ‘군사적 도발’이었다고 실토했다. 군사연습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한미 국방부가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적대행위을 중단하는 첫 번째 조치이다. 북한은 미국의 조치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1주일 만에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사항이 이행되고 있다. 놀라운 속도이다. 이같은 ‘속도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북한 역시 북미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다음에 이어질 빅 이벤트는 종전 선언이 될 것이다. 종전 선언은 싱가포르 공동 성명을 빠르게 이행하고, 미국의 안전담보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데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8월부터 시작된 동시 행동 조치 이전에 종전이 선언되는 또 하나의 이벤트를 볼지도 모르겠다.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이같이 좋은 날은 없다. 

3.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조응한다면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한반도 전쟁 위험을 해소하고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하기로 합의하였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된 목적을 추구한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를 공동의 목표로 하여 상호 작용한다. 남북 관계의 발전은 북미 관계 발전을 이끌어낸다. 북미 관계가 발전하면서 적대 행위가 중단됨에 따라 남북 관계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민족 공동의 의의가 있는 날에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해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로 합의했다. 

8월에 한미 군사연습이 중단되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폐기되는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는 민족공동행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때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된다는 것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을 시사한다. 

가을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워싱턴이 될지 평양이 될지 미정이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이 즈음해서 열릴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회담이 개최될 것이며, 이 같은 국면은 남과 북의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이렇게  한 발 한 발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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