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보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보력에 역시나 큰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정부 관계자들은 경쟁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비등한 결과가 나올 것이며 1차 투표에서 2위로 올라가 최종 결선 투표에서 대역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들은 개표 직전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했고 국민들은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것이라고 믿었다.

결과는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 119표, 대한민국 부산 29표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승이었다. 이런 결과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 정치권, 언론, 국민 모두 당황했다.

이는 국제 정세와 다른 나라 정보를 취합하는 외교부, 국정원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엑스포 관련 정보력만 부족한 것일까?

필자는 북한에 대한 외교부, 국정원, 통일부 등의 정보력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한 대북 정보 파악과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수년 전 북한 위성 발사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 북한 전문가들과 이야길 한 적이 있다.

필자는 북한의 위성 발사 주장이 허언이 아니라고 북한 개발 중인 기술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북한은 위성 전자 부품들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고 위성 운영과 관련된 국제 법도 연구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웃었다. 북한의 위성 개발은 선전일 뿐이고 미사일 개발을 호도하기 위한 연막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북한 정찰 위성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심리적,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믿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11월 실제 북한은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정부 관계자는 필자에게 NK경제가 정부에 비판적이고 진보적 성향의 기사도 보인다며 정보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언론의 보도와 정보만 믿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또 취재원들에 따르면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연구를 진행한다고 한다.

북한에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하다,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다 등 결론을 미리 내리고 그에 부합하는 정보는 수집해서 위에 보고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버린다는 것이다.

식량난이 심각한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람들은 2023년 자연재해가 없어서 북한의 식량난이 이전 보다 나아졌다는 주장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고 여러 관점의 전문가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렇게 정보를 분석해야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그냥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보고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과 다른 내용은 가짜정보,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있다.

가령 북한이 해외 최신 AI 기술을 확보해 연구한다고 하면 낙후되고 아사자가 속출하는 북한에서 그런 AI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최신 AI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북한의 선전이며 그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 북한에 동조하는 활동이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면 정보는 왜곡될 것이다. 왜곡된 정보가 보고되고 그걸 기반으로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에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일이 번어지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알카에다 등에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런데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도 없었고 알카에다와 협력도 없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이라크에서 해외로 망명한 이라크인들이 거짓말을 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라크 망명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는데 그들은 당시 이라크 후세인 정권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라크 망명자들은 부정적인 정보를 넘기는 것을 넘어 미국 등 서방이 이라크를 침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전쟁 후 정보를 제공했던 이라크 망명자들은 거짓말을 인정하고 설마 자신들의 말을 진짜 믿었느냐 그걸 믿고 전쟁까지 할줄 몰랐다고 조롱했다.

관련기사 링크

동아일보 기사 “美 내 거짓말에 이라크 진짜 침공해 놀랐다”

한겨레 기사 미 이라크 침공 구실 제공자 뒤늦은 고백 “정권 붕괴 위해 몇 가지 꾸몄다”

망명자들의 거짓말로 이라크 민간인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실 진짜 원인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정보들 중 그것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거짓 정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지금처럼 결론을 내려놓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면 대북 정책이 파탄나는 것을 넘어 한반도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이 칼럼 조차 거짓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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