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분단된 후 지도자들 중 통일을 포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이념과 성향이 달랐지만 모두 통일을 추구했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역시 방법은 달랐을지 몰라도 통일을 계속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21 사태 등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을 경험했지만 1972년 김일성 주석과 7·4 남북 공동 성명을 이끌어냈다. 

군 출신으로 보수성향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을 이끌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6·15 남북 공동선언을 했다. 진보정권이었던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일이 미래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 남북은 강대강으로 대결하며 통일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다.

남한 정부는 뚜렷한 해법은 물론 대화 의지도 없이 강경책만 추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진짜로 통일을 포기하도록 떠미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이런 남북 지도자들과 정부는 없었다. 남북이 통일은 고사하고 언제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남북 지도자들은 왜 통일을 추구했을까? 그들이 바보라서 그 어려운 통일을 추구했을까? 통일을 하지 않으면 남과 북 우리 모두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과 북이 통일을 포기한다면 결국에는 '대한민국'도 '북조선'도 모두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은 이제 더 이상 성장,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하게 될 것이며 북한은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향후 중국, 러시아에 복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한이 성장에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불꽃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남한은 대륙과 연결된 한반도에 있지만 분단으로 인해 대륙과 연결된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사실상 섬나라 같은 입장이다. 

남한은 북한과 대립하면서 막대한 자금과 인적 자원을 군비에 지출하고 있다. 2024년 국방 예산이 59조원이다. 과기정통부의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 5조8577억원의 10배를 넘는 금액이다. 국방 예산을 10%만 줄여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2배로 늘릴 수 있다.

분단은 남한의 각종 사회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갈등, 여야 정치 갈등은 물론 군 부조리, 남여 갈등, 세대 갈등의 내면에 남북 분단이 자리잡고 있다. 

분단으로 인해 직접적인 국방비 뿐 아니라 매년 수십만 청년들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며 내부는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갈등을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전은 한계에 봉착했으며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북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주민들의 정신력과 단결을 강조하고 과학기술발전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분단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경제가 좋아질 수 없다. 

북한이 무력 증강만 고집하고 남한과 계속 싸운다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며 다수의 국가들과 국교 정상화도 요원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과 협력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을 중국, 러시아 경제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불안정하면 북한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가 내정에 간섭하거나 최악의 경우 점령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제2 조선족 자치구 또는 제2 연해주가 될 것이다.

북한이 그렇게 강조하는 민족 문화는 사라지고 북한 주민들은 김치 대신 파오차이와 불고기 대신 사슬릭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통일을 추구한 국가, 세력이 승리했으며 통일이 곧 변영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통일을 주도하지 못한 국가, 세력은 무너졌다.

비록 외세를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가장 강력히 통일을 추구한 신라가 삼국시대에 승리자가 됐다. 고구려는 통일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기 때문에 결국에는 망했다고 생각한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자주적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신라를 품고 후백제를 격파하며 통일을 완성했다. 통일 고려는 무신 정권 출현 전까지 번영을 누렸으며 통일된 국력으로 거란의 침공도 막아냈다.     

조선 역시 통일된 국가를 유지했기 때문에 세종 시대 번영을 누렸고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도 나라를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왕건과 고려의 길을 간다면 다시 번영을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계속 분열하고 싸운다면 고구려, 백제, 발해처럼 결국 망할 것이다.

남북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통일을 포기하는 지도자 그리고 그것을 방조하고 유도하며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지도자가 있다면 민족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수백 년이 흘러도 그 이름이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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