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북한 ICT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어떤 소식이었을까? 북한과 러시아의 전방위 협력 상황에서 IT 부문의 협력이 강화된 것을 전문가들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북한의 인공지능(AI) 연구,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북한ICT연구회와 NK경제는 28명의 북한 과학기술, IT 전문가들과 지난해 북한 ICT 이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의 북한의 ICT 10대 뉴스로 다음과 같은 뉴스를 손에 꼽았다.(여기서 번호는 순위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1. 북한-러시아 IT 분야 협력 본격화 및 공동 전시회 개최
2. 블록체인 연구와 가상자산 해킹 논란
3. 북러 IT 협력 속 정보산업성 전면에 등장
4. 대남 선전사이트 폐쇄와 광야 전면 개편
5. 북한도 생성형 인공지능 관심
6. 북중러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추진
7. 전자상업법 제정
8. IT 분야 지방발전 20X10 정책 지원
9. 농업 과학기술 보급 확대와 ‘황금열매’ 개편
10. 김책공대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2024년 10대 뉴스> 1. 북한-러시아 IT 분야 협력 본격화 및 공동 전시회 개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은 23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이중 9조, 10조, 18조가 북한과 러시아의 IT와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두 나라는 9조에서 “쌍방은 식량 및 에너지 안전, 정보통신(IT)기술 분야에서의 안전, 기후변화, 보건, 공급망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들에서 증대되고 있는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10조에서는 두 나라가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들을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키며 공동연구를 적극 장려한다고 밝혔다. 18조에는 IT 보안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후 두 나라의 IT 분야 협력이 구체화됐다. 러시아 정부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10월 29일 과학기술전당에서 ‘조로(북러)정보기술제품전시회-2024’를 개최했다. ‘정보기술 및 수자(디지털)발전과 협조’를 주제로 열린 이 전시회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연구 기관, 기업들이 개발한 첨단정보기술제품 및 과학기술성과자료들이 소개됐다. 그동안 북한은 주로 중국 기관, 기업들과 국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러시아와 행사를 개최한 것은 긴밀해지고 있는 북러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10월 30일에는 북한 IT총괄 기관인 정보산업성과 러시아 수자발전, 체신 및 대중공보성이 IT 분야 협력을 위한 합의서를 조인했다. 이는 앞으로 북러 IT 협력이 강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 10대 뉴스> 2. 블록체인 연구와 가상자산 해킹 논란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정보과학기술학부 연구진이 국제 과학저널 출판사 힌다위(Hindawi)에 블록체인 관련 논문을 투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연구진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를 촉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작업증명 합의 프로토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연구진이 직접 투고한 논문으로 실체가 명확해진 것이다.
북한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에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의 이더리움 백서(Ethereum’s white Paper)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2024년에도 북한이 해킹 등으로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됐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8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북한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부터 암호화폐 산업 보호 및 북한의 자금 조달 차단’을 주제로 제3차 한미 민관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북한 암호화폐 탈취 현황이 공유되고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11월에는 경찰청이 지난 2019년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A사가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2000개(피해 당시 시세 약 580억원 상당) 탈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24년 10대 뉴스> 3. 북러 IT 협력 속 정보산업성 전면에 등장
2021년 등장한 정보산업성은 국가정보화국, 체신성 전자공업성 등의 조직이 통합된 북한의 IT총괄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정보산업성 출범 소식은 물론 자세한 활동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과 러시아의 IT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정보산업성이 전면에 등장했다.
북한은 2024년 2월에 주용일 정보산업상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회의대표단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 IT 행사 참가 소식을 전했다. 행사에서 정보산업성 관계자는 북한의 국가정보화 전략을 소개했다. 이후 10월 북러 IT 행사 개최 그리고 협의서 조인 등에 있어서 정보산업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4년 10대 뉴스> 4. 대남 선전사이트 폐쇄와 광야 전면 개편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북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두 국가로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 이후 북한은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우리민족끼리, 조선의오늘, 아리랑메아리 등 대남선전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지난해 3월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광야'를 전면 개편했다. 광야는 지난 2018년 개설된 북한 사이트로 류경프로그래밍센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야는 북한 사이트들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했는데 개편으로 영문 서비스와 전문 검색 기능이 강화됐다. 북한은 한국을 겨냥한 홍보, 선전이 아니라 국제적인 홍보, 선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광야를 개편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0대 뉴스> 5. 북한도 생성형 인공지능 관심
2022년말 미국 IT기업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선보인 후 전 세계적으로 다시 인공지능 열풍이 불었다. 전통적으로 AI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북한도 생성형 AI에 관심을 나타냈다.
국정원 등에서는 북한도 챗GPT를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명확한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북한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발행하는 ‘콤퓨터와 프로그람기술’ 2024년 1호에 생성형 AI에 관한 내용이 수록됐다.
북한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생성식 인공지능’으로 표기했다. 북한 연구자는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회사인 OpenAI가 내놓은 실시간 대화로보트모형 Chat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챗GPT가 종전의 결심채택식 인공지능 모형과 다른 점은 이것이 생성식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에 속하는 것으로 학습과 귀납을 강조하면서 연역과 창조를 진행하여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생성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 10대 뉴스> 6. 북중러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추진
북한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2년 인터넷에 북한-중국-러시아 국경 간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150여종 이상의 2단계, 3단계 가공품과 특산품을 마케팅했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가까운 미래에 라선 보세창고에 물품을 보관하고, 보세 국경 전자상거래와 국경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접 배달의 형태로 전자상거래를 실시해 전자상거래를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22년는 코로나19가 한창이 시기였다. 북한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바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은 IT 기반의 북중, 북러 무역 방안을 구상했고 그것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0대 뉴스> 7. 전자상업법 제정
북한이 2024년 전자상업법을 새로 만들었다. 11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에서 전자상업법을 제정(책택)하는 방안이 상정 심의됐다.
전자상업법은 전자상업체계의 수립과 이용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상업의 정보화, 과학화를 실현하며 인민들에 대한 봉사활동의 신속성과 정확성, 편리성을 보장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북한은 기존 여러 법령에 흩어져 있던 전자상업 관련 규정을 모으고 최신 상황에 맞춰 전자상업법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확산을 대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2024년 10대 뉴스> 8. IT 분야 ‘지방발전 20X10 정책’ 지원
북한이 2024년 국가적인 지방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그 시행에 총력을 기울였다. 북한은 2022년 강원도 김화군에 현대화된 지방공업공장 4개를 건설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에 김화군 수준의 지방공업공장을 새로 지어 전국 모든 시, 군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과 IT 부문도 2024년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지원하는데 매진했다.
2024년 9월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24’에서 개막식에서 주용일 정보산업상은 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점령과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에 기여할 수 있는 정보화 성과들, 첨단정보기술 제품들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과학원이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한 대상과제를 선정해 수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24년 10대 뉴스> 9. 농업 과학기술 보급 확대와 ‘황금열매’ 개편
북한은 농업 부문의 발전을 국가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방안으로 과학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 과학농사, 과학농업을 위해 농업 과학기술 보급에 노력했다. 농업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들고 농업 서비스 앱인 ‘황금열매’ 기능도 개선했다.
북한은 2024년 전국 농촌에서 과학기술보급거점들이 꾸려져 농업근로자들이 과학기술지식을 마음껏 습득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2024년에 안악군 덕성농장, 배천군 역구도농장, 와우도구역 대대남새농장 등 40개의 농업부문 단위들이 모범과학기술보급실이 됐으며 선천군과 황주군 등에서 농업과학기술보급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들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또 황해북도농업과학연구소 등 과학연구 기관들 역시 새로 만들었다.
특히 북한은 이미 개발돼 있던 농업과학기술봉사체계(시스템) ‘황금열매’ 기능을 대폭 개선했다.
황금열매는 2024년 4000여건의 농업과학기술자료와 20여건의 농작물생육예보, 50여건의 시기별농사대책안을 보급하고 6500여건의 문답서비스를 시행했다.
<2024년 10대 뉴스> 10. 김책공대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북한은 2024년 9월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24를 소개하면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이 구름계산(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후 김책공대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김책공대는 김려철 정보과학기술학부 실장이 공업가상물리체계의 실현을 위한 구름계산(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대자료(빅데이터) 수집분석 실현 방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 IT 기업인 VM웨어(VMware)의 가상화 솔루션 vSphere에 기초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했다고 한다. 김책공대는 구축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김책공대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북한 기업, 기관 등에 제공할지 주목된다. 김책공대가 자체적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내용은 '북한 ICT 동향 조사 2024'에도 수록됐다.
<북한 ICT 분야 2024년 10대 뉴스 선정 및 2025년 10대 이슈 전망 설문조사>
- 설문기간: 2025년 1월 10일 ~ 1월 13일
- 참 여 자: 총 28명 이름 (가나다 순)
* 강진규 NK경제 대표
* 강호진 SK텔레콤 부장
* 김동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수석연구원
* 김서경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실장
* 김성우 한림대학교 부교수
* 김유향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김지완 SBS A&T 매니저
* 김지희 KAIST 부교수
* 김종일 전 SBS 프로듀서(PD)
* 김태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
* 박지현 한동대학교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 박지현 SPN서울평양뉴스 기자
*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학 명예총장(chancellor)
*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 서소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
* 성향숙 APCICT, ICT policy and program officer
* 손광수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 이정진 KT 경영지원담당
* 이형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윤세라 덕성여대 지식문화연구소 연구교수
* 정교일 조선대학교 교수
*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위원
* 표창균 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본부장
* 한승대 동국대학교 대우교수
* 한억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 황주희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허재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