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가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카페 점원도 주변 다른 고객들도 모두 황당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들어간 차가운 커피를 뜻하는데 그것을 뜨겁게 달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밝힌 통일 담론 일명 8.15 통일 독트린이 바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느껴진다. 모순되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내세웠다.

통일부는 흡수통일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북한은 흔들고 체제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 사회와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유입, 전달해 주민들이 깨어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도록 심리전, 대북 공작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겨냥해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 확산시키겠다고 한 만큼 북한 당국의 대응과 단속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기존에 들어가고 있던 정보 루트도 전부 차단될 것이며 해외 콘텐츠를 접하는 주민들에게 대한 북한 당국이 처벌 역시 더 강화될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할 일을 대통령이 나서서 전부 공개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통일부는 8.15 통일 독트린이 흡수통일 방안이 아니며 1990년대 이후 한국의 통일 방침이었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노태우 정부 시기에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보완해 발표한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어 받았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통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견지해야 할 기본 원칙으로서 자주, 평화, 민주를 제시하고 있다.

자주의 원칙은 민족 스스로의 뜻과 힘으로 그리고 남북 당사자 간의 상호 협의를 통해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인정하거나 협의의 당사자로 보지 않고 오히려 국제 사회와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북한 체제 전환을 추진하겠고 밝힌 것은 실제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또 평화의 원칙은 통일이 전쟁이나 상대방에 대한 전복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직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북한 체제 전복을 가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방침은 북한에게 다시 적화 통일을 전면에 내세울 명분을 줄 수 있다.

즉 8.15 통일 독트린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가지 원칙 중 자주, 평화와 상충되는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 협력단계 → 남북연합단계 → 통일국가 완성단계'의 3단계 통일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1단계인 ‘화해, 협력단계’는 남북이 적대와 불신,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 속에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를 정착시켜 나가면서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실시함으로써 평화공존을 추구해 나가는 단계이다. 여기에 남북이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표는 1단계와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를 뒤엎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화해, 협력, 교류 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8월 16일 통일부가 진행한 8.15 통일 독트린 설명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폐기, 대체하는 것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통일부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이 모순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윤 대통령과 통일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필자는 대통령과 통일부 등에 솔직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대통령과 통일부가 북한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을 하고자 한다면 명확하고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왜 상반된 대북 정책을 펼치면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같다고 모순된 주장을 하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추진하고는 싶지만 그에 따른 북한의 반발과 긴장 고조, 전쟁 위험 등은 회피하고 싶은 것인가?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빌미로 강경책을 펼치면 그 때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추구했다고 하소연 하고 싶은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헛소리 하지 말고 '뜨거운 아메리카노'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인지 분명히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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