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종북 세력이라고 매도하고 대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해 온 윤석열 정부가 뒤에서는 북한과 대화, 대북 지원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8.15 통일 독트린 구현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NK경제가 입수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8.15 통일 독트린’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 즉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 추진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통일부가 제시한 내용에 맞춰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내용에는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이를 체계화,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이 남북이 어떤 관심사에 대해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개방적인 입장이라며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북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또 일부 인사들은 야당,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에 북한과 대화를 촉구할 경우 종북 세력이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뒤에서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고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연구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 비난에 가장 앞장선 통일부와 통일부 장관이 대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이 체결한 합의 내용을 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남북의 합의 내용인 남북합의서를 법제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북 지원에 대한 입장 역시 모순적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보수인사들은 과거 정부의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해 북한 퍼주기라고 폄훼하고 비난했다.  

그런데 통일부 연구보고서에는 독자적인 대북 지원 법안을 제정하자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전 정부와 야권에서 주장하는 대북 지원은 퍼주기이고 윤석열 정부에서 주장하는 대북 지원은 합당한 것이니 법까지 따로 만들어 하겠다는 것이다.

연구 내용이 통일부의 입장은 아니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통일부가 제시한 큰 줄기에 따라 연구가 진행됐다. 또 통일부는 정책 연구 활용 결과 보고서에서 향후 정책 수립시 참조하겠다고 설명했다.

남북 대화, 대북 지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해 온 것들이며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를 비난해 온 윤석열 정부가 뒤에서 이런 방안을 연구한 것이 모순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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