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3년 12월 통일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남북을 두 국가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후 남북 대화는 완전히 단절됐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내부 문건을 통해 당간부들에게 계속 통일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남북 대화 의지도 있다는 점을 교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윤 전 대통령 출범 초기에는 남북 대화 의지가 있었지만 어떤 계기로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NK경제는 대북소식통을 통해 북한이 2022년 당간부들에게 배포한 문답식학습참고자료 문건을 입수했다. 이 자료는 2022년 3월 10일자 교육용으로 명시돼 있는데 실제로는 2022년 3월 12일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 9일 한국에서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즉 북한이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확인한 직후 문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 당국은 문건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자주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가 “우리는 수령(김일성)과 장군(김정일)의 애국의 뜻과 유훈을 관철해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 밀에 나라의 대외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고 온 세계의 자주화 위업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건은 김정은 총비서가 당 7차 대회에서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 평화 보장과 연방제실현을 조국통일대헌장을 관찰해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당의 투쟁방침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건은 김 총비서가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을 연이어 펼쳐 조국통일과 남북관계개선의 새로운 장을 열어 놓았다”며 “넓은 도량과 포용력, 민족애로 세 차례의 남북수뇌상봉과 회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해 남북 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운동의 전환적 국면을 열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당간부들에게 김정은 총비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업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과 남북 회담 추진이 김정은 총비서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여러 차례의 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함으로써 북한의 위상과 국제적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것 역시 업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당간부, 당원용 학습자료는 당의 방침을 담고 있으며 이를 숙지하고 토론하도록 돼 있다. 북한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도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이 남북 대화를 할 뜻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한 후 두 국가론을 발표했다. 당시 김 총비서는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이것이 오늘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구한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서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절박한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022년 3월에는 남북 대화의 뜻을 갖고 있었지만 2023년 12월 대화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남과 북 양측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그 사이에 모종의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비밀리에 남북이 대화를 추진하다가 오히려 관계가 악화된 사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 회담에 참석했던 것이 윤석열 정부의 안보실세로 불리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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