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에서는 어떤 ICT 이슈가 화두였을까? 

NK경제는 북한ICT연구회와 2020년부터 매년 북한의 ICT 10대 이슈를 선정하고 있다. 그해 중요했던 ICT 이슈를 10건 선정하고 다음해에 주목하고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슈 10건을 전망한다.

그해 10대 이슈의 경우 북한 매체 등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이나 관측 등은 가급적 배제했다. 다음해 10대 이슈의 경우에도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전망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선정했다.   

2022년 12월말 집필진 협의를 거쳐 조사 문항을 마련한 후 2023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설문을 진행했다. 이번 설문에는 과학기술, ICT, 남북, 북한 등 부문의 전문가 27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집필진들이 다시 모여 최종 10대 이슈를 정했다.

2022년 북한의 ICT 10대 이슈에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정보화 성과가 주목받았다. 또 북한이 경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정보화 사업들도 중요한 사안으로 꼽혔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2022년 농업 부문의 개선을 천명한 가운데 농업정보화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2021년 만들어진 북한의 IT총괄조직인 정보산업성의 활동과 북한에서 진행된 각종 IT, 과학기술 행사도 면밀히 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22년의 북한의 ICT 10대 뉴스(번호는 순위를 나타내지는 않음)

1. 코로나19 비상방역전에서의 의료정보화 역할 강조

2. 가상전시회 등 비대면 행사 확대

3.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2022 개최

4. 한국 정부, 북한 IT 인력 관련 주의보 발령

5. IT총괄조직 정보산업성 활동 증대

6. 과학기술보급 사업 선진화 추진

7. 의료, 농업, 교육 등 정보화 추진 세분화

8. 전문가 대상 원격재교육 확산

9. 내부망 온라인 게임 출시

10. 4차 전원회의와 농업정보화 강조

 

1. 코로나19 비상방역전에서의 의료정보화 역할 강조

2022년 5월 북한이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2020년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후 북한은 비상방역전을 선언했지만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2022년 북한은 코로나19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ICT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북한의 ICT 총괄 기관인 정보산업성은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즉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 보건성과 교육위원회, 정보산업성 등 관련 기관들이 국가자료통신망에 구축된 보건정보망을 이용해 유열자(발열자) 등록, 전 주민건강관리, 약품공급 및 판매관리 등 방역 및 의료 봉사의 정보화를 추진했다. 

먼거리의료봉사체(원격진료) 시스템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앙급 병원들에서 조직된 ‘신속협의진단조’은 먼거리의료봉사체계를 24시간 가동하여 지방 병원들에서의 유열자 진단, 치료를 지원했다.

이처럼 2022년 북한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의료정보화 사업들을 추진했다.

2. 가상전시회 등 비대면 행사 확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020년 북한은 그동안 진행했던 행사 개최를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2021년 북한에사도 화상회의, 가상전시회 등 비대면 방식의 행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22년 북한은 비대면 방식을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행사들을 대부분 다시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2022년 북한에서도 비대면 행사가 일상화됐다.

북한은 2022년 4월말 조선과학기술총련맹 중앙위원회 주최로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을 화상회의, 가상전시회 등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제34차 전국과학기술축전 이후 3년만에 개최된 행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개최하지 못하고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또 4월 28일부터 6월 28일까지 진행된 조중(북중)국제상품전람회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8월 열린 제16차 전국기계설계축전도 기술무역봉사체계 자강력을 통해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10월 진행된 북한 전국대학생 정보과학기술성과전시회, 11월 열린 전국나노기술부문 과학기술전시회-2022와 전국로보트 부문 과학기술성과전시회-2022 역시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2년 북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행사들을 개최했다. 대부분 행사들이 비대면 방식 또는 현장 행사와 비대면 방식의 융합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북한에서도 사실상 비대면 행사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2022 개최

2022년 정보산업성이 북한 최대의 ICT 행사인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22'를 개최했다. 북한은 2019년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대규모 행사로 열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1년 가상전람회 방식으로 행사를 재개했고 2022년에도 가상전람회 방식으로 진행했다.

2022년 10월 3일부터 31일까지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과 정보화열풍’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성, 중앙기관, 각급 인민위원회, 공장, 기업소, 단체들이 참가해 경제 및 과학, 교육, 보건, 체육 부문 등에서 이룩된 1,400여건의 성과 자료들과 제품들을 출품했다. 행사에서는 국가의 정보화와 정보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연구성과와 경험에 대한 발표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경연도 열렸다.

전람회 출품작 중 교육 정보화 관련 각종 성과들, 북한 자체 OS인 붉은별 운영체계용 응용프로그램, 사물인터넷(IoT)·대자료(빅데이터)·구름계산(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술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북한은 2022년의 성과뿐 아니라 문제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정보화 토대 구축에서 과거의 일부 성과에 만족한 채 사업을 소홀히 하면 정보화모범단위도 뒷자리로 밀려난다’고 하면서 성과가 미흡한 단위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4. 한국 정부, 북한 IT 인력 관련 주의보 발령

한국 외교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적과 신분을 위장한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 합동주의보를 12월 8일 발표했다.

정부는 북한 IT 인력들이 해외 각지에 체류하면서 자신들의 국적과 신분을 위장해 전 세계 IT 분야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매년 수 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구인, 구직 플랫폼의 본인인증 절차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한 결과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을 위조해 한국 기업들의 IT 일감을 수주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 IT 인력의 외화벌이가 대북 제재에 허점이라는 지적이 일부 언론, 해외 기관 등을 통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 IT 인력 고용과 관련해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5. IT총괄조직 정보산업성 활동 증대

2021년 체신성, 전자공업성, 국가정보화국이 통합돼 북한의 IT 분야를 총괄하는 정보산업성이 출범했다. 2022년은 정보산업성이 활동을 본격화한 해이다. 북한 매체를 통해 정보산업성의 소식들이 지속적으로 전해졌다.

먼저 정보산업성의 수장인 주용일 정보산업상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실이 1월 1일 알려졌다. 주용일은 2021년 1월 8차 당 대회 후 체신상에 임명되었고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도 이름를 올렸다. 이후 그는 정보산업성의 초대 정보산업상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후보위원이 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해 12월 27일~3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위원으로 승격됐다.

정보산업성은 다른 기관들과 함께 주요 행사에 참여했으며 재난 대응, 교육지원, 방역 대책 마련 등 주요 정책 추진에도 역할을 했다. 또 11월에는 경제학학회가 주최한 경제학부문 연구토론회에 참여했다. 이 토론회에는 김일성종합대학, 인민경제대학, 사회과학원, 중앙은행, 무역은행, 정보산업성 등의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정보산업성의 다양한 활동을 신생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6. 과학기술보급 사업 선진화 추진

북한은 과학기술중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강조하면서 지난 수년 간 과학기술보급 사업을 확대해왔다. 2022년 북한은 과학기술보급 관련 체계를 개선하는데 매진했다.

4월 과학기술보급관리연구소가 다기능화 되고 표준화 된 과학기술보급실용 자료열람체계(시스템) ‘보급’을 개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과학기술보급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각 도별로 과학기술도서관 건설도 진행됐다.

9월에는 북한이 새로운 과학기술자료들을 과학기술전당에서 경제 현장으로 전달하는 전자자료수확체계(시스템)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 의료, 농업, 교육 등 정보화 추진 세분화

북한은 2019년 4월 11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은 말 그대로 국가의 최고 법률이다. 북한은 기존 헌법의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에 정보화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해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북한이 언급한 정보화는 일반적 그리고 광범위한 정보화를 의미했다.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강조한 것이다.

2022년에는 일반적인 정보화에 대한 언급이 줄고 구체적인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의료정보화, 농업정보화, 교육정보화 등 세부 영역에서 정보화를 잘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8. 전문가 대상 원격재교육 확산

북한은 수년 전부터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대학들을 통해 원격교육을 시행해 왔다. 원격교육은 현장 근로자, 일꾼 등의 지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원격교육이 이뤄졌다.

2022년에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재교육이 부각됐다. 원격재교육은 말 그대로 원격방식으로 재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원격재교육은 당 일꾼, 과학자. 기술자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학습하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

또 코로나19 비상방역전과 관련해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방역과 환자진료 및 치료를 잘 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 진행됐다.

원격재교육 강화는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최신 과학기술전파와 학습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기존에 지식과 경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과학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9. 내부망 온라인 게임 출시

북한 잡지 ‘해외무역(Foreign Trade)’ 2022년 1호를 통해 내부망 온라인 게임이 출시된 소식이 전해졌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북한에서도 다양한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에서 게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점을 방문해서 구입, 설치하거나 북한의 자체적인 앱 스토어를 이용해야 했다. 

또 북한은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설치해서 해당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주로 개발해 왔다. 수년 전부터는 여러 사람이 대전 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한 게임들도 선보였지만 기능이 제한됐다.

북한 잡지 해외무역은 '대영 신삼온 합작회사가 북한 내부 컴퓨터망에서 게임을 제공하는 대영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망오락운영', '전자체육망오락경기' 등도 제공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온라인 게임까지 등장한 것이다.

북한에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IT 기업들이 게임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대영 회사의 새로운 방식이 다른 북한 IT 기업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0. 4차 전원회의와 농업정보화 강조

김정은 총비서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주제의 보고를 통해 농업 선진화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북한에서는 농업 발전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이에 농업정보화 역시 강조됐다. 

1월 로동신문은 농업정보화연구소에서 과학농사열풍을 일으키고 다수확 운동을 벌리면서 창조된 경험들과 농업과학연구 성과들을 전국의 협동농장들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과학기술보급과 먼거리영농기술문답 봉사를 보다 실속 있게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잡지 ‘금수강산’ 2022년 6월호에는 먼거리영농기술봉사시스템을 소개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이 시스템은 농업위원회와 과학연구기관, 각급 농업지도기관들과 농장들을 컴퓨터망으로 연결하고 영농사업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면서 협의, 대책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설문기간: 2023년 1월 1일 ~ 3일

참여자: 총 27명 가나다 순 

강진규 NK경제 대표, 김서경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성우 한림대학교 교수,  김영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선임연구원,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김종일 SBS PD, 김태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팀장, 남재창 한동대학교 전산전자공학부 조교수, 박중득 KT 차장,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소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전문연구원, 성향숙 UN APCICT ICT policy and program officer, 손광수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이상산 한동대학교 교수, 이요셉 한국무역협회 차장, 이정진 KT남북협력TF장, 이찬수 SK텔레콤 성장기획팀 팀장, 이형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정교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전문위원, 정국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책임연구원,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최현석 연합뉴스 차장, 표창균 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본부장, 황주희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허재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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