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은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것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중국 고사에 나오는 '모순(矛盾)'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관계와 관련해 "핵 기반의 확장 억제력을 토대로 힘에 의한 진정한 평화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현 정부 관계자들의 보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5월 7일 국무조정실은 ‘120대 국정과제 실적자료집’과 ‘30대 성과홍보집’을 공개했다.
여기에 정부는 대북, 남북 관계 관련 성과라고 '원칙과 일관성에 기초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추진', '북한 핵문제 당사국으로서 국제공조 강화', '남·북·미 3자간 안보대화채널 구축 추진',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 노력', ''자유평화 통일비전 제시' 등을 명시했다.
그렇다면 지금 남북 평화체계가 구축되고 진정한 평화가 왔는가?
현재 남북 대화는 완전히 단절됐으며 남북 관계가 어느 때 보다 긴장 상태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떠나서 현재 남북 상황을 '진정한 평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
더 황당한 것은 평화체계를 구축했다는 정부가 북한의 위협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진정한 평화를 언급하기 불과 1주일 전인 5월 2일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와 외교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 주라오스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주선양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테러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 공관과 공관원에 대한 북한의 위해 시도 첩보를 입수한 것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북한 위협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정원은 북한의 2024년 군사도발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해 2월 7일에는 국정원이 북한 등 사이버위협세력 도발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14개 부처 국장급 책임자들과 회의를 개최했다.
또 국정원은 3월 4일 북한이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부도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2월 16일 지상작전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은 내부 체제결속을 강화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제1적대국’, ‘주적’으로 지칭하며 의도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협이 고조된다는 뜻이 평화인가? 필자는 평화의 뜻을 잘못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국어사전에서 평화는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나온다.
지금 한쪽에서는 평화가 성과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과 대립,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통일부, 국무조정실, 국정원, 국방부 중 누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성과집에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더욱 당혹스럽다. 정부는 북한 핵문제 당사국으로서 국제공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 당사국은 6자 회담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이다. 이중 중국, 러시아와 윤석열 정부의 관계가 매우 악화됐는데 어떻게 국제공조를 강화했다는 것인가?
남·북·미 3자간 안보대화채널 구축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남북 대화는 완전히 단절됐다. 또한 남과 북이 대화를 단절하고 서로를 비방하며 전쟁 위협이 고조되는 것이 남북 관계 정상화인지 묻고 싶다.
차라리 솔직히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안보 강화에만 매진했다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책 기조는 극우 보수로 하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평화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국민들에게 북한 위협을 선전하면서 '진정한 평화', '남북 평화체계 구축' 등 모순되는 내용을 말하는 것을 보면 판타지 이세계(異世界)에서 온 사람들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눈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로 보인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