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보와 관련해 두 가지 사건이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불법 정보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사건이다.

두 번째는 한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중국인(조선족)에게 비밀 활동을 하는 정보사령부 관계자들의 인적 정보를 넘겼고 그것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자칭 전문가들, 언론사들이 비판과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한국 정부와 공무원들의 왜곡된 국가 안보관과 썩어빠진 정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안보는 북한만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에 작은 쪽지 한장을 넘기는 것도 간첩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미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유럽 등에 정보를 넘기는 것은 쉬쉬하고 넘어갔다.

미국, 일본은 우방이고 중국, 유럽 등을 경제 관계를 고려해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해외 정보기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첩보 활동을 묵인하면서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을 해서 발생한 것이 수미 테리 사건이다. 북한만 아니면 다른 나라에 정보를 좀 넘겨도 되지 않느냐고 해서 발생한 것이 정보사 직원의 정보 유출이다.

정보, 첩보에서 중요한 것은 돈과 이익 제공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정보수집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을까? 아니면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정보수집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을까? 사실상 막대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의 위협이 더 큰 것이다.

필자가 하는 주장은 소설이나 소문이 아니다. 직접 경험하고 정부당국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길 기초로 한 것이다.

5년 전 신원미상의 일본인이 필자에게 연락했다. 그는 NK경제가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며 지원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NK경제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 정보를 넘길 경우 앞으로 돈 걱정 없이 NK경제를 운영할 만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3년 전에는 신원미상의 중국인이 필자에게 북한 IT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다. 필자가 정보를 주기 어렵다고 답장을 하자 그는 돈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며 필자에게 금액을 제시하라고 제안했다.

미국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처음 북한 IT와 관련해 문의를 하던 미국인은 NK경제를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자신이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IT 기업 본사를 움직일 수 있다며 미국 IT 기업 한국 지사를 통해서 자금을 비롯한 필요한 것을 다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일부 예시일 뿐 다른 제안,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제안도 있었다.  

필자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많은 돈을 일반인이 NK경제에 제공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특히 북한 IT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NK경제가 아무리 어렵고 배가 고파도 돈에 영혼을 팔지는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많은 돈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대가를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필자는 언론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 거절했다. 특히 북한 정보를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내주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남북 문제는 남과 북이 당사자가 돼야 한다. 

매우 영세하고 한국 정부에 무시당하는 NK경제 대표에게 이런 제안이 왔을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KBS, MBC, SBS 등 대형 언론사 간부, 기자들에게는 이런 제안이 없었을까?

대통령실, 국회 관계자들을 비롯한 공무원들, 연구원들, 대학 교수들, 정치인 등에게는 그들이 접근하지 않았을까?

필자가 정부당국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로는 필자가 제안받은 것은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라고 한다.

모 대사관 관계자(사실상 해당국 정보기관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기자들, 기업 고위 관계자들, 국회 관계자, 연구원 등을 만나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다. 

정보를 받는 대가로 바로 현장에서 외화를 준다는 것이다. 핵심 정보를 준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1000만원 상당 외화를 줬다는 전언이다. 과연 1000만원을 받고 넘긴 정보는 무엇일까? 

돈과 함께 또 다른 달콤한 유혹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공짜 해외 여행은 애교 수준이다.

해외 정보기관에서 제시하는 것은 자녀 유학이라고 한다. 해외 우수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고 교수들의 추천서를 받아주고 장학금까지 알선해준다는 것이다. 해외 정보기관에서는 자녀를 인질로 잡고 부모를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에 더불어 1~2년 해외 연수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해외 재단을 통해 연구프로젝트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몰래 비자와 국적(시민권)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발각돼 문제가 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해외로 도피할 수 있는 창구를 몰래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정부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 정보기관에서 포섭하려는 사람들은 대통령실 등 주요 정부기관에 출입하는 기자, 주요 정부 부처 공무원들, 주요 대학 교수들, 국회 의원실 관계자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들, 대기업 및 핵심 기술 보유 기업 관계자 등 다양하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에 정보를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당수 정부 관계자들은 필자가 해외로부터 자금 지원 제안이 왔다고 이야길 하면 돈을 받으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인데 돈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강 기자님은 너무 따지고 까탈스럽고 결벽증인 것 같습니다. 북한도 아닌데 정보 좀 넘기면 어떻습니까", "북한 정보 좀 넘긴다고 무슨 문제라도? 너무 그러니까 NK경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 아닙니까"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병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얼치기 정치인, 언론들과 극우 유튜버 등이 왜곡된 안보관을 퍼트리고 또 사회 전반은 물론 공무원, 지식인들에게도 나만 잘살면 된다는 썩어빠진 생각이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의 국가 안보는 그냥 북한을 욕하고 북한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는 첫 번째로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 동료 등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키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차별받거나 공격받지 않도록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역사적 소명인 남북 평화 통일 그리고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추진, 구현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결은 하나의 상황이며 부분인 것이지 그것이 근본이 아니다. 그런데 반북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적이고 다른 나라들은 친구이니 다른 나라에 정보를 넘기는 것은 괜찮다는 환상이 퍼진 것이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이익에 따라 돌아간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이 한국을 위해 그들의 국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법을 개정해 해외에 정보를 넘기는 것을 처벌하는 것이 대책이라고 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지키고 '우리'가 안전해야 하고 '우리'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정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공동체, 민족, 국가, 애국심, 윤리, 정의 등이 부정되고 돈이면 다 된다는 탐욕이 이땅을 지배하고 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돈을 거절할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불법적인 돈을 받지 않고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사람들이 조롱을 받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챙기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해외에 정보를 넘길 수 있는 사람들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거나 지식인들이다. 그들이 정보를 넘기는 의미를 모를까? 그들은 나라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넘기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돈을 받고 자녀 유학을 보내고 또 나의 안전을 보장받는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 정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법이 생겨도 이런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외적의 침입으로 망한 나라는 다시 세울 수 있지만 국민들의 정신이 타락하고 부패해 무너진 나라는 절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돈과 편익을 제공받고 일본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일하는 대통령실 직원이 없을까? 

중국의 돈을 받고 친중국 법안을 위해 뛰는 국회 보좌관이 없을까?

미국의 돈을 받고 미국에 도움이 되도록 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한국 중앙부처 공무원은 없을까?

취재를 명목으로 확인한 대통령의 건강 정보를 돈을 받고 해외에 넘기는 기자는 없을까?

해외 정보당국 도움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고 그 나라를 위해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보고서를 쓰는 교수는 없을까?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 나라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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