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국가들 사이에도 사신이 오고 가고 이면에서 협상은 진행된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검사의 눈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검사들은 사신은 물론 사신을 보낸 사람들, 협상에 참여한 사람들을 국가반역죄로 압수수색하고 기소하려 할 것이다.

또 자신은 무죄이며 피해자이고 상대국은 유죄이고 피의자인데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검사들 입장에서는 상대방 즉 피의자가 무릎을 꿇고 고객 숙이며 사과하는 것을 대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실세들, 장관, 차관들이 검사의 시각으로 남북, 통일 그리고 국제관계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남과 북은 6.25 전쟁을 치렀으며 수십년 간 적대하고 서로를 비방해 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남북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한민족이고 통일의 당사자라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은 6.25 전쟁에 참여해 서로 총을 겨눴던 관계다. 1968년 1.21 사태로 북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죽이려고 했다. 그럼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보냈고 김일성 주석은 그를 만났다. 그리고 나온 것이 7.4 남북 공동선언이다.

1980년대 북한의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서석준 경제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사망했다. 당시는 군사 정권이었음에도 대화를 계속 추진했고 19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북한을 적이지면서도 동시에 한민족이고 대화의 상대라는 특수한 입장에서 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분법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북한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상종하고 싶어하지 않고 대화 역시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는 검사들이 유죄아니면 무죄, 피해자 아니면 피의자로 둘 중 하나로 규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유죄이며 피의자로 규정하고 왜 자신들이 피의자와 대화를 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관계자들이 속으로는 북한 당사와 김정은 집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김정은 총비서를 수사해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검사의 시각에서는 유죄인 피의자들과 대화한 사람도 공범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의 남북 대화를 가짜 평화라고 하면서 전 정부 관계자들을 마치 범죄자처럼 보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더 큰 문제는 국제관계, 외교다. 필자는 정부 관계자가 중국이 한국의 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중국이 북한에 협력하고 있으니 적이라는 것이다. 

마치 북한이 유죄 피의자이니 그에 협조하는 중국, 러시아는 공범이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검사이고 북한이 피의자이며 중국, 러시아는 공범 그리고 미국이 판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포함돼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세계 2위이며 매년 한국과 교역 순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역대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4강 외교라고 해서 무척이나 신경을 썼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와는 직접적으로 적대하고 있고 중국과도 관계가 나쁜 상황이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국제관계, 외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 검사 입장에서 북한의 공범으로 중국, 러시아를 보고 있다면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국, 러시아가 북한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국제관계, 외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이익이 있을 뿐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화해하고 손을 잡는 것이 외교다.

베트남 전쟁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 당시 우방으로 생각됐던 중국은 전쟁 이후인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었다. 잔혹한 전쟁을 치뤘던 베트남과 미국은1995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지금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외교를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단순히 볼 수 없다. 북한에 협력하고 있다고 한국의 적이라고 한다면 북한과 수교한 영국, 스웨덴도 적이 될 것이다. 만약 일본 총리가 김정은 총비서와 회담을 한다면 일본을 적으로 돌리고 일본 총리를 수사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검사의 시각으로 남북 정책, 외교를 추진한다면 남북 관계도, 국제관계도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사이 한국은 고립되고 국익은 사라질 것이다. 

필자는 이같은 생각이 괜한 걱정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아무리 검찰 출신들이라고 설마 남북, 외교 문제를 검사의 눈으로 보고 검사들이 일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NK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